최악의 만남

日記 2007. 12. 18. 02:31




예전에, 백화점에서 근무할 때 알게 된 언니 한 분이 만남을 주선했다.


(얼굴은 모르지만) 조건도 괜찮고 뭔가 허전하기도 해서 만나겠다고 o.k.했는데...



이게 왠걸.


컨디션 최악;;

그 날이라던가 하는 건 아니었지만 오전 출근인 관계로 4시간도 못 자고 나와서

일 한 다음에 약속장소로 갔다.

시간도 어중간해서 저녁 8시에 만나자고 했으니... 3시간 이상을 길에서 낭비한 셈인데 만나기는 했다.

주선하는 언니와, 그 언니의 애인과, 그 애인의 친구라는 남자.


첫인상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는데 문제는 그 언니의 애인이랄까...


자리에 앉고 서로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10분이 조금 지나서였을까.

나보고 크리스마스 때 뭐 하냐고 묻길래 그냥 일한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왜 인상을 찡그리는 건데?


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마스 전부 일 하는 거랑 당신이랑 뭔 상관인데?

딱 든 생각이 '커플 파티라도 하려고?' 였지만 내색하지 않고 정해진 스케쥴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더니만

그 뒤로 점점 가관이다.

대체 나는 왜 불렀는지 의아스러울 정도로 주선한 사람이나 같이 나온 사람이나 끝까지 갈 생각을 안 하더라.

솔직히 소개팅이든 맞선이든 주선자가 함께 있는 경우는 실례인데, 여기서 끝이 아니라

초면의 사람을 앞에 두고 저들끼리(남자 둘) 정치 얘기 하더라.



이보세요.

모임에서, 그것도 처음 보는 사람을 앞에 두고 정치나 종교 얘기 하는거 무지무지하게 실례거든요?


하긴, 그런걸 알면 시작도 하지 않았겠지만 거기서 좋았던 첫 인상도 전부 깎여버렸다.

그리고 피곤에 짜증이 겹친 난 결국 위경련을 일으켜버리고... <-부들부들;;;



바래다줘도 싫다고 할 판이었지만 택시 한 대 부르더니 나 타게 하고는 바로 출발시키더라.

이건 또 뭔 경우라냐.

마음은 편했지만 참... 경우없다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모임 주선한 언니한테 쪼금 미안해서 문자를 보냈다.


....입장 난처하게 만들었다고 뭐라뭐라 하더라.


내가 아프고 싶어서 아팠냐?! 일부러 병 일으켰냐고!!!


나는 뭐 일을 널럴하게 하는 줄 아나 이 사람들이!



하다 보니 그쪽에서도 내가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인데, 솔직히 이해는 한다.

좋은 기분으로 나온 자리인데 갑자기 환자로 돌변한데다가 나도 피곤한 티를 숨기지 않았다.

실수라면 실수한 거였겠지만 대체 어쩌라고.

기운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활발한 척 하라고? 그럴 기운도 없는데?


진짜 싫다.... -_-;;


호감 가지려고 해도 내쪽에서도 호감 못 갖겠다, 이 인간들아!


Posted by 찰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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