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없이 새벽 세 시 반쯤 티비 소리에 눈을 떴다... ;;;;

그래도 교토 다녀오느라 많이 피곤하셨는지 엄마도 그 때 눈 떠서 티비 틀었다고 하셨음. 어차피 소리도 들리겠다, 잠도 잘 안 올 것 같은데 어찌되었든 아침까지 다시 자야 할 것 같아서 맥주를 꺼냈더니, 이 시간에 왜 마시냐고 한 소리 들었지만 다시 잘 거라 마신다고 했다.

 

...그리고 한 숨도 못 잤음.

 

 

 

 

 

그대로 아침을 맞이하고, 술 기운이 살짝 남아 있었지만 알딸딸함을 애써 감춘 채 호텔을 나왔다.

어제와는 달리 아예 아침을 먹고 가자는 어무이 의견에 근처 킨류 라멘으로 들어갔다. 한 번 먹어보자고.

 

지나갈 때마다 돼지 비린내가 너무 심해서 드시고 싶지 않다고는 하셨는데,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까 일단 먹어보자는 내 의견에 따라 난 차슈라멘을 시키고 어무이는 일반 라멘을 주문.

 

생각보다 성공적이었다. 돼지비린내는 육수 내느라 계속 그런 냄새가 나는 것 같았고.

하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것 뿐이었지 어무이는 이거 반 정도 드시고 그대로 남기셨음.

 

어제와 마찬가지로 우메다 역에서 한큐 특급을 이용하는데.... 교토 갈 때는 안 보이던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시간대가 좀 여유가 있어서 이것저것 둘러볼 수 있다 보니 그제야 눈에 들어왔던 모양.

 

그리고 일본 오기 직전 트위터에서 본 한큐특급 리락쿠마 콜라보레이션 열차도 봤다.

다카라즈카 급행이었음. 어차피 우리가 타야 하는 건 고베 가는 특급이었으니까 탈 일도 없었는데다 안에가 리락쿠마 그림으로 꾸며져 있다는 거 외에는 별 특이점도 없었다.

 

...게다가 리락쿠마를 크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니 그렇게 아쉽지도 않았고.

 

고베 급행 타고(목적지가 뭐라고 되어 있었지만 기억이 안 난다) 한 시간 좀 안 되게 가니 고베 도착.

 

여기서부터 핸드폰 카메라로 엄청 찍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초기화를 시키는 바람에-멍청하게 클라우드로 옮기지도 않았음-다 날려버렸다.

아.... 진짜 사진 많았는데, 눈물 밖에 안 나옴;;;;;

 

고베가 꽃의 도시인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도시 전체가 꽃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열차 내리자마자 개찰구 벗어났더니 한껏 꾸며놓은 화분들 및 조경 형태가 눈에 들어왔고, 한동안 여기서 놀다가 조금 피곤하니 눈에 보이는 도토루 카페에 들어가 아메리카노 주문.

솔직히 어무이는 라멘 때문에 뭔가 가라앉힐 만한 것이 필요하셨다고 한다.

진한 건 못 드시니까 한 잔은 연하게 해 달라고 주문했더니, 진짜 연하게 해 주더라.

 

 

사진 찍기 전에 한 모금 마셔서 양이 차이가 나는데, 실제로 보면 커피 물 색 자체가 확연하게 달랐다.

커피 다 마시고, 관광하러 고고싱.

 

뭐, 이런저런 예쁜 꽃 길 보는 건 좋았는데 여기서 문제 발생.

 

내가 '조계지'와 '이진칸'을 착각하는 바람에 조계지를 향해 한 없이 내려가고 있었다.

실은 반대로 한 없이 올라가야 했는데, 반대로 계속 내려가고 있었던 것.

아무리 봐도 관광지스러운 곳은 한 군데도 안 보이고, 유일하게 관광지스러웠던 곳이 고베 박물관이었음.

 

여기 들어가서-입장료 800엔-둘러보는데, 사진 촬영이 안 되서 아쉬웠으나 목조 관음상 빼고는 그닥 인상적인 것도 없었다.

하긴, 대만 국립 박물관도 불교 전시관이랑 선사시대 전시관은 한국이나 별 차이 없으니까.

문화권이 비슷하니 아무래도 그런 일이 발생하는데, 목조 관음상에서 만족하고, 그리고 거기서야 내가 잘못 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차피 잘못 온 김에 어무이 목적도 해결하기로 했음.

뭐, 화초에 주는 영양제가 있는데 하나는 비료에 섞어 쓰는 거고, 다른 하나는 죽어가는 애도 기사회생 시키는 강력한 영양제라고 하는데 안 그래도 한국 떠날 때부터 그 얘기를 하셔서 고베쪽은 알아봐 둔 쇼핑몰이 있었다.

거기서 비료에 섞어 쓰는, 아니면 희석해서 쓰는 제품은 구매했는데 초강력 영양제는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리고 고베 돌아다니는 내내 어무이는 화분 파는 곳만 보이면 나한테 그 초강력 영양제의 판매처에 대해 물어볼 것을 주문하셨고, 나는 그대로 따랐다.

 

그러다가 내가 성질부렸던 것 같음.

관광 온 거냐, 아니면 화초 영양제 사러 온 거냐.

 

어쨌든 목적 중 하나는 달성했으니 다른 하나는 잘 구하지도 않아지니 고베 떠날 때 쯤 포기하셨다가, 우메다 도착해서 한큐 백화점을 한 바퀴 돌아보자는.... ㅋ... ㅋㅋㅋㅋ..... ;;;;

 

 

영양제 사고, 이진칸을 제대로 숙지하고 거기 가기 전에 밥부터 먹자고 했다.

고베를 왔으니 소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딱히 생각해 둔 건 없었지만 스테이크 랜드 간판이 보이길래 줄 섰음.

생각보다 사람이 없네... 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식당 안은 만석이더라.

 

그 식당 문 앞에 세 사람, 보행자를 위해 줄이 끊기고 좀 떨어진 곳에 대기줄이 한 줄... 두 줄...

 

뭐 이러다가 때 되면 들어가서 먹겠거니 싶어서 있는데, 내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골목을 향해 같은 이름의 입간판이 하나 서 있었던 것.

어무이한테 잠깐 계셔보라고 한 다음 얼른 골목으로 들어가보니 정말 오래된 것 같은 건물에 간판이 있었다.

6층, 스테이크 랜드.

 

다시 돌아와서 본관 문을 열고, '혹시 저기도 같은 곳이냐'라고 물어봤더니 같은 곳이라는 대답을 듣고 어무이를 재촉했다.

 

그리고 그런 내 반응을 본 중국 아가씨 하나랑-그 땐 몰랐지만- 우리 두 사람의 대화를 알아 들은 일단의 한국인 무리가 우리 모녀를 쫓아 골목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뭐, 본관이나 별관이나 사람 만석이긴 마찬가지더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대기자 명단 쓰는 곳이 있어서 일단 이름 남겼는데, 내 영어 이름이 좀 발음하기 까다로와서 직직 긋고 카타카나로 썼다-이것 때문에 문제가 좀 발생했었음.

 

그 뒤를 따라온 중국 아가씨-상해에서 왔다더라-가 나한테 대 놓고 중국어로 물어보길래 중국어로 답해줬다. 어, 너 저기에 니 이름 쓰고 기다리면 됨, 이라고.

그러더니 지 이름 써 놓고, 일행들 부르러 간다고 나가더라..... (아가씨 포함 7명이 왔음)

뒤에 따라온 한국 사람들 중 커플이 있었는데, 나한테 어떻게 하냐고 물어봐서 아까 한 대답 그대로 해 줬다. 이름 쓰시고 기다리면 되요....

 

그리고 그 커플 중 아가씨 이름을 내 밑에 썼는데, 직원이 나와서 호명하다가 카타카나로 쓴 내 이름을 건너 뛰고 나보다 늦게 적은 커플을 먼저 호명했다. 그 커플도 당황하고, 나도 황당하고.

 

직원한테 바로 쫓아가서 따졌다.

처음에 영어로 적었다가 애매해서 지우고 카나로 적은 거라고 했더니, 직원도 놀래서 금방 자리 만들어서 입장 시켜줬음.

아, 이래서 개인 여행 올 때는 현지 언어를 좀 숙지하고 오는게 좋다고 하는 건가보다.

만약 일본어 모르는 상태에서 왔으면 꼼짝없이 기다릴 뻔 했음. 아니면 기분 나빠서 휙 나가버렸겠지.

 

어쨌거나 착석!

블로그에서 본 상패 사진으로 찍고-헤이세이 20년이면 몇 년도지??-메뉴판을 받는데, 런치 위주의 메뉴판만 주더라.

 

사람이 많으니까 빨리 주문하고 빨리 먹고 빨리 나가라는 뜻인가??

 

원래는 다른 고기 메뉴 먹을 생각이었는데, 메뉴판도 메뉴판이지만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냥 런치 세트를 시켰다. 안심과 고베규 세트.

 

고기님 등장! 각종 채소도 함께 등장!!

 

편마늘-말린 것-을 버터와 기름이 먼저 볶아 주고

 

그거 걷어낸 다음 고기 투척!!

 

우왕!! 딱 좋게 익은 것이 각각 접시에 담겨서 각자에게로 서빙.

 

고기는 딱히 맛있다는 건 모르겠지만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양도 얼마 안 될 거라고 생각했더니 내 착각이었음. 먹고 나니 엄청나게 배불렀다.

어무이도 잘 먹긴 했는데 고기는 그렇게 맛있는 건 모르겠다고 하셨음. 그리고 우리 둘이니까 이 정도지, 우리집 남자들이랑 같이 왔으면 이 정도 양은 택도 없었을 거라고, 이진칸을 향해 올라가는 동안 계속 욕했다. 먹어도 너무 먹는다며 ㅋ

 

 

횡단보도 대기섬에 조성된 조경.

 

 

건물 자체가 커피숍이라는 것에 인상깊어서 한 컷 찍었다.

이진칸 입구로 향하는 골목에 있는 카페였는데 겉에서 보기에 사람이 많아 보이지는 않았음.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배도 너무 부르고, 그냥 둘러보고 오자는 어무이 의견에 패쓰.

 

골목으로 쭉 들어가니, 확실히 일본스럽다기에 지나치게 아닌 것 같은 동네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프랑스 마을에 온 것 같은 분위기??

건물들도 하나같이 다 고급 빌라인데다가, 옛날 유럽식 건물들도 많았다.

그냥 거기까지였음.

 

중간에 등산복을 입은 한국인 단체 여행객을 만났는데-그러고보니 어무이도 등산복이었다-우리 모녀가 자유여행으로 일본 왔다니까 엄청나게 부러워했음.

그 분들은 여기저기 끌려 다니느라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ㅋㅋㅋㅋㅋ

그냥 가이드가 간다니까 그런 줄 알고 다니고 계셨음. 뭐, 가이드 투어가 다 그렇지만.

 

그 유명한 스타벅스 건물만 찍고, 골목길 빙 돌아서 다시 고베역으로.

 

고베 포트도 가고 싶었지만 뭔가, 어무이가 심하게 지친 기색을 보이셔서 강행할 수가 없었다. 오전에 화초 영양제 산다고 돌아다닌거+전 날 교토여행으로 체력이 많이 깎이신 것 같았다.

 

 

 

Posted by 찰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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