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3월 14~ 3월 17일
작년 6월이었나?? 그냥 지나가다가 아무 생각없이, 내년 3월에는 같이 해외 여행갈까?? 하고 어무이랑 얘기한 적이 있었다.
대체 어디서 뭘 듣고 오신건지, 처음에는 부산에서 페리타고 대마도를 가서 자전거 일주를 하실 계획을 세우셨었다...... 해외까지 가서 자전거!!!???
그러더니 언제부터인가 오사카는 어떠냐? 하고 물어보심.
....어떠냐고 물어봐도 뭐, 가 봤어야 알지;;;
대만이나 중국을 가고 싶었지만, 어무이는 해외 첫 여행이라 일단 가고 싶은 곳을 여쭤봤다. 그래서 오사카.
슈퍼맨이 돌아왔다, 에서 추성훈 부녀가 오사카에 가서 노는 장면이 많이 나오니까 가보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어무이 계획은 거창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가 보고, 어디도 가 보고, 어디도 가 보고... 뭐뭐뭐....
그러다가 막상 출발일이 다가오니 일정이 대폭 축소되었음.
오사카-교토-고베.... 의 일정으로;;;
나보고 알아서 짜 봐라, 라고 하셨지만 솔직히 출발 전날까지도 계획 안 세웠다. 세우려고 해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 세울수가 없었다는게 정답이었지만 -_-
한 번도 출국을 안 해 봤으니, 비행기 시간은 9시인데 왜 새벽부터 일어나서 나가야 하는지 출발 일주일 전까지도 이해를 못 하셨음.
이거야 뭐, 겪어봐야 아는 거니까 ㅎㅎㅎㅎ
출발 당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가볍게 누룽지 끓여 먹고 짐 끌고 택시 타고 서울역으로 갔다.
얼리체크인 이용해서 발권 한 다음, 공항철도 직항 타고 인천 왔는데 캐리어만 사라져도 진짜 가뿐하더라;;;
1층에 있는 포켓 와이파이 데스크 가서 예약한 포켓 기기 수령하고, 3층 와서 출국심사대로 바로 직행했다.
....성수기도 아닌데 왠 사람이 이렇게 많아;;;;
출국 심사만 한 30분 걸린 것 같다. 그나마 얼리체크인 한 게 다행이었다.
만약 리무진 타고 그냥 왔으면 꼼짝없이 아무것도 못 하고 바로 비행기 타러 고고싱 할 뻔 했음;;;
비행기는 대한항공.
저가를 찾아봤지만 이거나 저거나 별 금액차이가 안 보이길래.
그리고 이륙할 때 상당히 어질어질했다.... ;;;;
비행시간 한 시간 반이지만, 그래도 나온 기내식.
...갈 땐 그나마 이거였는데, 한국 올 땐 진짜 욕밖에 안 나오는 빵쪼가리가.... !!! -_-+
여러가지 버전의 항해루트가 있길래, 이것저것 건드려보면서 놀았다.
잠을 못 자고 떠나서 비행기에서 기절할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음.
어무이가 아무것도 모르시니 입국 신고서도 작성하고, 엄마랑 창 밖 구경하고, 뭐뭐뭐 얘기하면서 한 시간 반 후딱 지나감.
도착하면 딱 좋겠다~ 했는데 이게 왠 걸.
간사이 공항 입국심사대가 뭔 공사를 벌이느라고 많~ 이 축소되어 있었다.
도착시간은 11시였는데, 입국심사 기다리고+심사받기까지 거의 1시간이 넘게 소요됨. 그리고 오사카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ㅠㅠㅠ
저~ 기 보이는 감바 오사카 광고판.
그래, 내가 일본에 오긴 왔구나. 하지만 일본이라는 생각도 안 들고(한국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공항도 되게 외국 스럽지 않고(차라리 중국 공항이 더 외국스러웠지) 날씨까지 안 도와주니 기분이 되게 우울했다.
남들은 뭐 타고 오사카 들어간다지만, 우리는 리무진 버스로 결정.
티켓 끊고 버스타는데, 비가 그칠 생각을 안 했다.... ;;;; 확실히 라피트로 가는 사람들이 많은건지, 버스가 되게 한산했음.
약 40분 정도 타고 들어가니 난바 역 도착.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헤매기 시작했다.
구글 지도를 켰지만 여기가 어딘지, 기본적으로 이해를 하지 못 해서 캐리어 끌고 빙글빙글 헤매기 시작함.
혼자라면 괜찮은데, 문제는 동행이 있다는 것(+외국어 한 마디도 못 하시는 어르신).
그나마 다행인것은, 아빠가 아니라 어무이라서.
만약 아빠랑 같이 왔으면 왜 길도 못 찾고 헤매냐고 난리난리....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를 어무이랑 했더니, 그래서 느이 아빠랑 어디 같이 가기 싫다고 동조하셨음.
초행길인데 길 못 찾는게 당연하다고, 이미 혼돈의 도가니탕에 빠져버린 내 얼굴을 보고 일단 어디 좀 들어가서 뭣 좀 먹자고 이끄심.
그래서 보이는데로 들어간 곳이 JR난바역(이때는 여기가 어딘지도 몰랐다) 도심터미널 지하의 도토루 카페였다.
아메리카노 두 잔과 바삭바삭하면서도 부드러웠던 바게트 샌드위치.
이렇게 먹고 한화로 8천원 밖에 안 나왔다.
뭐가 좀 들어가니까 정신이 나는데다가, 밖에 나왔더니 비가 그새 그쳐 있었다.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보이길래, 호텔이 있는 도톤보리를 물어봤더니 그냥 쭉쭉 직진하라고....
....왠지 허무했다;;;
공항에서 체크인 때문에 시간을 너무 오래 잡아 끈 탓에, 체크인 시간을 훨씬 넘겨서 호텔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오사카 체류기간동안 머물렀던 호텔은 비스타 그랜드 오사카.
시내 중심가인데다가 위치가 굉장히 좋다!!! 라는 평을 보고 바로 예약했는데, 진짜 위치가 좋긴 좋았다.
도톤보리 바로 뒷골목인데다가 돈키호테 매장도 바로 근처고, 유명 타코야키(앗뜨뜨뜨, 였나?)랑 이찌란 라멘 매장 뒤였음.
호텔 바우처 보여주니까 보증금 없이 바로 입실.
일본 호텔치고 방이 굉장히 넓은 편인 듯 싶었다.
호텔 찾는데 후기중에 '캐리어도 펼치지 못 할만큼 작은 방'이라는 말을 많이 봐서 걱정했는데, 여기는 캐리어든 뭐든 여유있게 펼쳐놓고 돌아다닐만큼 방이 넓었다.
대충 짐 정리하고, 어무이랑 본격적으로 도톤보리 구경에 나섰다.
비는 그쳤지만 되게 꾸물꾸물한 날씨....
3월 중순이라 좀 따뜻할 줄 알았더니 내 착각이었음. 울 어무이는 바람막이에 안에 경량 오리털까지 입었는데도 춥다고 하셨다. 나도 엄청 추위탔다;;;;
유명한 글리코상 앞에서 엄마 단독 컷.
비 올지 몰라서 우산 대기.... 얼마 지나지 않아 저 우산, 내 가방에 넣어놓고 다녔지만 ㅋ
딱히 목적지는 정해놓지 않고, 그냥 사람들 많이 가는데로 휩쓸려서 움직였다.
다니기는 편했다. 일단 날씨 걱정은 안 해도 됐으니까.
그런데 확실히 한국 사람 많긴 많더라.
그리고 더 많은 건 중국 사람이었다. 으아...;;;;;
도톤보리 구경하면서, 악세사리 샵도 들어가보고 택스프리라고 된 매장들도 들어가보면서, 엄마가 왜 오사카를 오자고 했는지 목적을 알게 됐다.
일명 동전파스+식물 영양제가 목적이었음;;;;
근데 동전파스가 그렇게 싸지는 않았다. 어무이 사 오는 가격이랑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고, 식물영양제는...
...대체 왜 일본까지 와서 사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데서 살 수 있는 물건도 아니었고;;;;
돌아다니다가 이왕 일본까지 왔으니 타코야키는 먹어줘야 할 것 같아서 눈에 띄는 가게에서 사 먹어봤다.
호텔앞에 있던 앗뜨뜨뜨, 에 줄이 엄청 많길래 일단 패쓰하긴 했는데....
...그냥 그랬음.
아무데서나 먹어도 맛있다는 얘기를 듣고 왔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돌고 돌고 돌다보니, 쿠로몬 시장이 눈에 보이길래 여기도 들어가봤음.
이것저것 많이 팔긴 하더라.
과일도 잘라서 파는데, 어무이가 과일은 크게 안 땡기셨는지 패쓰.
그리고 더 빙글빙글 돌다가 아는 길이 나왔는데, 첫 날에 새벽부터 일어나서 더 돌아다니는 건 무리셨는지 굉장히 피곤한 기색을 숨기지 못 하셨음.
원래 오사카 성을 갔다가 야경을 볼 계획이었는데 오사카 성이고 야경이고 다 필요없으니 저녁 먹고 호텔 들어가서 오늘은 일찍 쉬자고 하셨다.
도톤보리 안에 있던 551 호라이 만두 가게의 레스토랑으로 올라갔음.
...맛있게 먹긴 먹었는데, 시간 지나니까 이게 뭐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먹고 잠깐 기운이 반짝, 나긴 했는데 그냥 반짝이었음.
저녁때가 되니까 오후보다 사람이 더 많게 느껴지는건 내 착각이겠지?;;;;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군밤파는 가게가 보이길래 호기심에 사 봤다.
엄청 맛있었다!!! 진짜 어릴 때 먹었던 그 군밤맛이 나서 신기해서 어무이한테도 드렸더니, 진짜 맛있는 밤이라고 좋아하셨음.
그리고 군밤가게 아저씨가 나보고 어느나라 사람이냐고, 일본어 되게 잘 한다고 칭찬해주셨다!!!
군밤 까 먹으면서 길을 걷다보니, 도톤보리 끝자락이 나왔다.
바람은 여전히 쌩쌩 불었지만, 흘러가는 구름과 노을과 내천이 어우러져서 너무 멋있길래 한 컷.
이거 찍고 바로 호텔로 돌아오면서, 내가 마실 맥주랑 엄마 드셔보시라고 호로요이 한 캔 사서 들어왔다. 술 같지 않아서 되게 좋아하셨음.
방에 있는 TV 틀었는데, 맨 일본어만 나오니까 시큰둥해 하시다가 채널 돌리는데 K채널이라고 한국 방송을 그대로 통번역해서 송출하는 채널이 걸렸다.
....호텔 체크아웃 할 때까지 이 채널 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