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원 북문으로 올라가는데, 산이 이런 산이 따로 없다.
호수 보고 싶어서 땅을 팠고, 그 판 땅으로 만들어진 것이 산이라더니 어마어마하다;;;;
뭐랄까, 되게 여러가지 문화가 섞인 듯한 기와채색과 기와라고 해야 하나....
언뜻 이국적인 느낌이 나도록 설계한 것 같기도 하다.
도시가 발달하기 전에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사뭇 달랐겠지.
정말 자신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아무렇지 않게 받았을 것 같다.
회랑도 예쁘고.
그리고 앉을 곳만 있으면 앉아서 볼 일들을 보는 중국 사람들..... 담배피는 사람은 없는데 고궁이고 여기고 만리장성이고, 어디 들어간다 싶으면 사람들 손에 먹거리가 한아름이다.
그만큼 싸기도 하지만, 그 만큼 주전부리를 많이 즐긴다는 의미겠지.
회랑 안쪽에서 바깥 바라보는 느낌도 색다르고.
내려갈 때는 다시 북문쪽을 통하지 않고, 옆을 보니 산길이 하나 있길래 그거 타고 내려왔다.
길이 만들어지다 말다 해서 많이 위험했음-비가 내리고 있다는게 더 컸지만;;;
원래는 점심으로 마라탕을 먹으려고 했는데, 데이터 로밍이 그때 딱 끝나버려서 지인 휴대폰 빌려서 어떻게 해 볼려고 했는데 버전이 달라서 그런지 어쩐지 위치를 찾을수가 없어서 그냥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교통카드도 반납하려고 했는데 반납처가 정해져 있어서 실패. 이 와중에 동문까지 가서 반납하고 돌아오기는 시간이 많이 애매할 것 같아서 그냥 포기하고 호텔로 향했다.
공항에 갈 거니까 택시 좀 불러달라고 했더니-그때 시각이 중국 시간으로 오후 3시 10분. 우리 비행기 시간은 오후 6시 45분-호텔 직원이 깜짝 놀라더라.
과연 갈 수 있겠느냐... 라고;;;
그래서 택시를 불러주긴 했다. 회사로 전화하더니 북경 공항가는 손님 있다고-콜센터 직원이 이 시간에 서우두 공항?!!이라고 한 모양. 직원이 '나도 알아, 그래도 이 사람들 가야 해'라고 응대했음-빨리 보내달라고 했다.
적어준 택시 번호 받고 호텔 앞에 나왔더니 5분쯤 지나서 콜 한 택시 도착.
기사 아저씨가 내려서 우리 짐 실어주고, 나는 앞자리에 지인은 뒷자리에 타자마자 안전벨트 매라고 그러더니, 비행기 시간을 다시 확인하더라.
6시 45분이라고 그랬더니 잠깐 침묵했다가 '알았어. 내가 어떻게든 너네 공항으로 데려다줄게!'라고 말해주고는 그때부터 네비게이션 폭풍 검색.
갑작스러운 비에 대비하지 못 한 시내 도로가 전부 꽉꽉 막힌 상황이었다. 평일 오후였음에도.
최대한 길이 막히지 않는 장소만 골라서 골라서 운전하는데, 가끔 역주행도 하고 이륜차 전용 도로로도 내지르고, 보행자 신호도.... 음;;;
그리고 우리 둘 다 무사히 5시 되기전에 서우두 공항에 도착.
아저씨한테 정말 고맙다고 연신 인사했다. 택시비가 한 92위안 나왔던 것 같은데 중간 톨게이트 운임하고 서비스차지 포함해서 120위안 드리고 바이바이했음.
체크인하고 시계를 보니 6시 45분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것 같은 착각을 해 버려서, 마침 배도 고프길래 밥 먹고 가자고 했다.
라운지로 올라가니 식당이 여러개가 모여 있었는데 개중 한 곳으로 입장.
밥 먹을 사람은 먹고, 차 마실 사람은 마시고, 마사지 받을 사람은 안마도 받을 수 있는 다용도 레스토랑이었음.
저때까진 서우두 공항이 흐리기만 했는데... -_-
저녁으로 먹으려고 주문한 훈툰탕과 파이구미엔.
지인은 저 둘 중 훈툰탕만 좀 먹어보더니 아예 손도 못 대더라. 마라탕 못 먹길 잘 했네.
저것도 못 먹는데 마라탕 먹으러 갔으면 토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배부르게 나만 잘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 탑승수속 밟았는데... 어라??
뭔가 이상하다.
3터미널로 이동했더니 갑자기 시간이 확 줄어서, 게이트 오픈은 6시 10분인데 이미 6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뭐지? 뭐지?? 싶어서 마음이 급해지는데 서우두 공항의 빡센 보안검색대를 지나고 나니 이미 6시 10분.
지인의 면세쇼핑을 돕고 시간을 확인했는데, 그 와중에 방향 착각해서 반대편을 향해 가다가 겨우겨우 위치 잡고 뛰었더니 이미 파이널 콜.
지인이야 오던말던 혼자 미친듯이 뛰어서 게이트 붙잡고 버틴 뒤 지인하고 같이 탑승할 수 있었다.
승무원이 왜 이렇게 늦게 오냐고 뭐라 하는데 미안하다고, 공항이 너무 커서 다른곳에서 헤맸다라고 하니까 뭐라고 더는 안 하더라.
어렵게 자리 앉았더니 비가... 아... ;;;
이 와중에 비행기와 고속버스를 혼동한 무식한 한국 아줌마들이 승무원한테 컴플레인 거는 바람에 비행기 출발은 또 한 없이 지연되고...
본인들은 비행기 출발시간에 왔는데, 왜 못 타게 했냐면서 큰소리를 내고 있었음. 덕분에 비행기 전체 스탭들이 이 사람들한테 몰려왔지만 문제는 승무원들 중 한 사람만 제외하면 전부 중국인 스탭들.... ;;;
티켓 안 봤나.
탑승시각과 출발시간이 왜 있겠냐고.
시스템을 모르니 생기는 해프닝이지만 한국 승무원이 가서 열심히 설명을 해도 비행기를 못 탈 뻔한, 아무것도 이해 할 생각 없는 무식한 아줌마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못 하다가, 때마침 단체로 탑승한 아저씨들이 소리를 지르고서야 조용해졌다.
조용해지긴 했지만 계속 쫑알쫑알.
그래도 처먹을 거 다 처먹고, 마실 거 다 처마시더만. 흥.
김포 출발할 때보다 양은 많은데 질은 똑같았던 이상한 붉은과일 젤리와 소세지 빵과 머핀.
머핀은 먹을 만 하다 그러던데, 빵도 그렇고 젤리도 그렇고 진짜 싸구려 문방구 간식 맛이었다.
날씨 덕분에 중간에 난기류 만나서 몇 번인가 비행기가 상하로 흔들리는 진기한 경험도 여러 번 하고, 정말 맛 없는 기내식도 맛 만 보고, 아무리 생각해도 북경에서 뭘 했는지 쉽게 떠올리지 못 하면서 한 시간만에 한국 도착.
중국이 춥긴 추웠는지 한국 도착하니까 정말 더웠다....
....다음엔 혼자 북경 가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