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에는 만리장성을 보러 가기로 해서, 아침에 6시 반에 알람을 맞춰놨는데 어쩌다보니 호텔에서 나온 시간이 오전 9시였나.... 하여튼 생각보다 너무 늦게 나와서 과연 오늘중으로 갔다 올 수 있으려나 하는 걱정이 됐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튼 젖혀서 외부 확인.
저 멀리 성처럼 생긴 파란지붕이 레전데일인가 뭔가 하는 호텔이었는데, 사진이 너무 예뻐서 처음엔 여기 가려다가 위치가 좀 애매하길래 패스했던 곳이다.
너무 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관광지에서 결코 가깝지도 않은 그런 거리.... ;;;
바로 옆이 북경대반점이군....
일찍도 아니고 늦게도 아니고, 호텔 나와서 전철역으로 걷고 있는데 이번 북경여행의 목적 중 하나였던 아침 조식거리가 아예 보이지 않았다.
요우티아오 먹고 싶었는데 실패했음. 나중에 알고봤더니 그날 우리가 너무 늦게 나와서 중국 아침식사거리를 못 봤을 수 있다는 것.
하긴, 호텔 근처에 학교가 꽤 많고 사무실도 있는데다가 전철역 근처라 그런게 전혀 없을리가 없을텐데 좀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다.
요우티아오는 못 먹었지만 지앤삥은 먹었음.
전철역 바로 앞에 푸드트럭으로 팔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매운 소스 첨가해서! 고수 넣고 팍팍!!!!
.....맛있었다.
배 채우고 전철타고 지슈이탄으로 이동해서 길 헤매다가 승덕문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 터미널을 찾았다.
인터넷 찾아보니까 917쾌속 어쩌고저쩌고 하던데, 917은 지금 장성으로 가는게 없고 877버스가 장성 입구로 가는 모양.
그런데 중국 사람들...
아, 정말 알고는 있지만 알고 있는것과 몸으로 마주하는건 엄연히 다른거라 줄도 무시하고 막 치고 들어오는데 짜증이 치밀어서 장성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고 싶더라-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877버스 올라타려는데 안내양 외에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아무리봐도 가이드라서-목에 가이드용 마이크도 차고 있었음-이거 혹시 여행사 단체냐, 라고 물어보는데 장성가는 거니까 그냥 빨리 타래서 탔다.
딱 봤을때 작아 보이는 버스안에 사람 어마어마하게 많이 타더라.
중국은 좀 이해가 안 되는게, 북경이고 상해고 지하철 사이즈가 굉장히 작다. 작은만큼 배차간격이 짧긴 하지만 러시아워 트래픽은 어떻게 감당하는지 모르겠음.
중국보다 몇 배는 작은 한국도 러시아워 트래픽에 걸리면 지상이고 지하고 장난 아닌데....
어쩄든 버스 타서 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것이 가이드가 있다는 거.
그리고 안내양이 버스요금 회수하는데 이 가이드가 본격적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그래서 장성 도착할때까지 이 버스가 여행사 버스일 것 같다는 불안감을 지울수가 없었지만 그냥 내 걱정이었음.
장성이 워낙 유명한 교통지라 대략적인 역사, 지리적인 환경을 설명하는 그냥 '가이드'였다....
뭐, 장성 구경하고 몇시까지 집합해서 어쩌고저쩌고 없었음. 내려놓고 이케이케한 다음에 알아서 하시오.... 끝.
그래서
장성 입장표와 슬라이딩 카 티켓(싱글)을 사서 들어갔다.
입구부터 뭔가 작달막한 꽃사과같은 걸 팔길래 한 근 사서 먹어봤음.
중국어로는 '해당'이라고 부르던데, 그냥 꽃사과인 듯. 맛은 홍옥맛이 났다.
난 벌레먹은 걸 먹어서 엄청 달았는데, 그 외에 건 그냥 쏘쏘.
파는 사람이 '사과보다 몇 배는 달다'라고 하던데 그냥 홍옥 맛.
국가시책인지, 개인소유인지 우리에 갇혀서 사람들 구경거리 신세가 되고 있는 반달곰도 있는데 먹이도 줄 수 있게 해 놨다. 한 접시에 10위안씩 내면 곰한테 던져줄 수 있는 음식물을 주는데....
말이 좋아 음식물이지 저렇게 갇혀 있는 애들이 아니면 거들떠도 안 볼 음식물 쓰레기였음.
그런걸 돈 받고 파는 주제에 관광객이 멋모르고 자기가 들고 있던 과일 던져주니까 곰사육사 주인이 엄청 뭐라고 했다. 일명 막말시전.
남의 싸움에는 끼어들지 않고, 나도 지인이 먹을 거 던질뻔한거 겨우 말리고 장성 입장.
소리가 엄청 요란한 슬라이딩 카 타고 덜덜덜덜 거리면서 올라갔다.
등산로로 올라와도 되겠지만 온 김에 한 번 타 봐야지, 이때가 아니면 언제 또 타 보겠나.
길이 요상하긴 한데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왠만큼 나이드신 분들도 타기 불편하지 않고, 또 타고 내리는데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음.
슬라이딩 카 타고 내려서 조금 올라가니까 본격적으로 장성이 시작되고 있었다.
진짜... 여기는....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절대 담아내지 못 하는 곳이구나.... 싶었다.
자연도 대단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여기다가 성벽을 쌓았다는 것 자체가 정말 말이 안 된다 싶을 정도인데, 지금이야 슬라이딩 카나 케이블 타고 편하게 온다지만 그 옛날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사람힘으로 했다는 거잖아.
장성의 일부 구간만 보이는데 그냥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이건... 인간의 또 다른 대단함.
대체 뭘로 어떻게 하면 기원전에 쌓아올린 벽돌에 '관광객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거냐!!!!
사진보니까 볼펜 끄트머리로 긁어놨던데 진짜 대단하다. 여러가지 의미로.
장성에서 내려오는 길에 있던, 예전 마방으로 쓰이던 건물.
뭐, 개조에 수리를 거듭하긴 했겠지만 화포도 남아 있고, 마방으로 쓰였던 흔적도 그대로 남아있는데 지금은 그냥 관광기념품 판매소.
여기 들렀다가 다시 길 따라 내려왔더니 역시나, 그냥은 못 나가게 해 놨다.
길다란 터널같은 걸 만들어놨는데 그 터널이 전부 기념품이랑 먹거리 판매소였음.
장성 구경 끝내고 가이드없는 877 버스 타고 북경으로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