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후타쪽으로 다시 되돌아와서 MRT쪽으로 이동하려는데, 우연찮게 이게 보였다.
까오숑 북성 유적지.
가이드북에서 보고 봐야 할 것, 리스트에 적어놨는데 이렇게 운 좋게 발견할 줄이야!!
뭔가 굉장히 고즈넉한 느낌이면서 일부만 남아있지만 그 원래 크기가 어땠을지 대강 짐작이 가는 그런 모양새였다. 우리나라 옛성들도 다 그러하겠지만.
예전에는 이걸로 총통이나 포문을 설치해서 수비를 했겠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저 관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무 의미가 없지.
북성까지 구경하고 MRT로 돌아가려는데, 버스도 잘 안 오고 택시를 타자니 택시조차 아예 없었다.
타이페이 생각만해서 잘 몰랐는데 까오숑이라는 동네가 중심가 아니면 택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곳.
결국 걷다가 걷다가 길 잘못 들어서 주어잉 기차역까지 가 버리고, 여기서 또 헤매다가 외곽을 거의 빙~ 둘러본 것 같았다.
하지만 내게는 스마트폰 지도가 있지. 현대문명의 이기 만세!!!!
....그래봤자 길 잃고 헤맨 건 어쩔 수 없었다.
정확하게는 교통편을 제대로 숙지 못 한 내 잘못이 더 컸지만.
어찌어찌 한 시간 정도 걸었던 것 같은데, 지도 앱 켜고 계속 전진하다보니 까오숑 미술관이 나왔다.
여기서 간단하게 점심 해결하고(맥도널드에서), 큰 길가에서 좀 더 걷다가보니 아오즈디 역이 나와서 그거 타고 싼뚜어상권 역으로.
목적지는 85빌딩.
역에서 내려 올라가자마자 정말 한 눈에 들어오는 85빌딩.
걸어서는 한 블럭? 역에서 굉장히 가까운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바로 길 건너에서 찍은 85빌딩.
처음에는 그냥 타이페이101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전망대 올라가려고 빌딩 안으로 들어갔는데, 너무 썰렁한거다....
여기 진짜 중심 상권가 맞나?? 싶을정도로.
85빌딩이면 까오숑 핫스팟 중 하나 아닌가?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 로비는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상점 몇 개가 있긴 했는데 그냥 개점휴업상태 비스무리해 보였음.
뭐, 여하튼 전망대 올라가려고 둘러보니 한쪽에 입장권 파는 매대... 가 있더라.
아무나 못 올라가게 직원 권한이 아니면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탑승은 원천 봉쇄인데, 티켓 끊고 올라가니 엘리베이터에는 나 혼자.
그리고 빌딩 입구의 한가함 때문에 상상조차 못 했는데, 타이페이 101같은 고속 엘리베이터였다.
나름 반전이랄까?? 올라가면서 발생하는 효과도 동일함.
점점 어두워지면서...
별이 반짝반짝.
그런데 혼자 안에 있으려니 엘리베이터 루트를 통해 들어오는 바람소리와 깜깜함 때문에 외려 공포스러웠음.
전망대 뷰 티켓.
올라왔더니 진짜 썰렁했다.
입구는 아무것도 아닐정도로 정말 썰렁함 그 자체. 나 포함해서 직원까지 한 네 명 있었나??
저녁때가 아닌 오후 시간대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평일 오후라고는 해도 이 정도 인원이면 저녁때라고 다를 건 없을 듯.
수산에 올라간 시각과 다르기는 하지만, 수산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어서인지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는게 큰 문제.
대충 둘러보다가 그나마 마음에 드는 전경 포인트 보이면 사진찍다가 보니 어설프게나마 101처럼 전시장을 꾸며놓고, 한쪽에는 간단한 다과 및 기념품을 판매하는 코너가 있었다.
전시되어 있는 물건이었는데 핸드폰이나 열쇠고리로 만든듯.
확대하면 퀄리티가 ㄷㄷㄷㄷ
알 수 없는 조형물. 뭐지, 이건?
뭔가 익숙하다!! 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덩리쥔(등려군)이었다.
덩리쥔이 까오숑 태생인가? 대만 출신으로 정작 본인은 중국에 가 본적도 없었다는데, 그녀의 노래는 그 당시 어마무시하던 붉은 중국의 담장너머 유행했다지.
지금이야 온갖 연성물이 쏟아져 나오는 중국이지만 붉은중국은 소련과 마찬가지로 냉전시대의 한 축이었으니.
교통편 못 찾아서 헤매고 다닌것도 있고 여러가지로 피곤해서 더럽게 맛 없는 아메리카노 하나 시켜서 테이블에 앉았다. 워낙 한산해서 휴식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널찍한 건 마음에 들었음.
기념품 코너에서 구입한 천등 모형.
야광이라는데.... ...한 번도 야광빛 내는걸 못 봤다. 뭐지??
저녁 약속을 위해 전망대에서 내려오는데, 바깥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까오티에 타고 올 때 챙기지 못 하고 잊어버린 우산이 간절해지는 순간 무심결에 뭐가 움직여서 전방을 봤더니...
웃기게도 비둘기 한 마리가 호텔쪽 입구에 비치된 저 수납장 안에 들어가 있더라.
비 피하려고 들어간건가?
내가 가까이 가는데도 절대 피하지도 않는데. 올 테면 와 봐라, 는 식으로.
잠깐 비둘기랑 눈싸움하다가 근처 편의점에서 우산 사서 MRT 탔더니 비가 그쳤음.
호스텔로 돌아가서 휴식 취하고 약속시간되서 나오는데, 차에 올라탔더니 '대만 가정식 먹으러 갈 거야'라길래 아무생각없이 '응, 그때 거기라면 좋아'라고 대답했더니...
"아냐, 우리 엄마가 너 초대한다고 데려오래."
.....그래서 대만 가정식을 먹으러 까오숑 외곽 지역까지 가게 된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