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째 날 루트:아이허-시즈완(치진)-드림몰-리우허야시장-제일정품

 

 

솔직히 열흘되는 기간인데, 까오숑까지 와서 타이난은 가게 될 줄 알았지만 나의 오산이었다.

 

겨우 3박4일동안, 실질적으로 따지면 삼일이 조금 안 되는 기간동안 친구 어택+촬영장의 조합은 타이난은 커녕 18일 하루, 단 하루의 자유여행 일정을 만들어 주었으니....

 

이게 많이 아쉽다. 더 웃긴 건 까오숑까지 와서 85빌딩과 롱후탄을 가지 못 했다는 거....

 

이 날 역시 다른 날과 별 차이는 없었다. 느지막히 일어나서 아침 거르고(!!!) 호스텔을 나갔다는 거...

 

 

호스텔 룸에 있는 책상은 전부 옛날 미싱기 받침으로 되어 있는 것들. 발판 굴리니까 진짜 돌긴 돌더라.

미싱기계가 없다는 거 빼면 멀쩡했다. 부모세대에서 수선 및 양장을 했다는 바이올라는 지금 그녀 대에서 옛 집을 개조해서 호스텔 운영을 하고 있었다.

호스텔 주인-바이올라가 어디 가냐고 묻길래 일단 아이허로 간다고 했더니 택시나 버스를 추천하더라. 블록으로 세 개 거리인데 그냥 걸어간다, 했더니 나보고 용감하대(어떤 의미였을까?).

용감하다는 의미가 뭘까, 생각하면서 나왔더니 바람 억수로 불고, 햇빛은 무진장 따갑고, 길 가는 애들은 잔뜩 여미고 있고, 그 와중에 나는 반팔에 선글라스 쓰고 있고.

용감하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 시선에서 읽을 수 있었다. 맞아, 여긴 겨울이지 참;;

 

아이허로 가는 도중에 이것도 발견.

 

 

 

퉁마오 호텔!!!

우유님하고 처음 대만에 와서 묵은 호텔이다. 와, 감회가 새롭네.

이런 건물이었나? 이렇게 생겼었나?? 하면서 신기해서 막 사진찍었다. 생각같아서는 들어가고 싶었지만 패쓰.

투숙객도 아닌데 어떻게 들어가겠어... 라는 생각이 더 컸다. 다음에 오게되면 한번 묵어볼까? 싶은데 금전적으로 꽤 효과가 큰 호스텔을 이용해 보니까 호텔에 대한 미련은 없다.

 

호스텔에서 아이허까지 걸어서 한 20분 걸린 거 같았다. 날씨가 은근 더워서, 바람때문에 땀으로 목욕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햇빛때문에 살이 좀 따갑더라.

 

 

 

 

느긋하게 아이허 강변 구경.

강이 작다... 아니면 한강이 쓸데없이 큰 건지도.

밤에 보면 더 예쁠 것 같은데, 솔직히 5년 전에 야경은 한 번 봤으니까 패쓰. 아이허도 원래 올 생각 없었지만 옛 추억때문에 온 거였다.

 

 

 

 

벽력 영웅회 행사를 구경하려고 이 곳을 방문했었다. 그리고 아이허도 보게 되었고.

낙엽뒹굴고 사람 없는 휑한 박물관+음악관 전경이 황량하더라. 너무 쓸쓸하게 느껴져서 왠지 슬프기까지 했다.

 

내가 기억하는 광경은 이랬었는데...

 

 

 

 

지나가니 모든것이 다 꿈이로구나.

내 생애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는 그 날 이것도 선명하게 떠오를 것 같다. 그리울 정도로.

 

쓸쓸한 마음으로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는데, 고민거리가 생겼다. 음악관 쪽에 KRT(까오숑지하철) 역이 있다고 알았는데 막상 나와보니 아무것도 안 보였다는 것.

그리고 박물관 앞에 유료자전거 대여소가 있었다. 카드를 찍고, 자전거 타고 와서 카드 한 번더 센싱하면 자동결제가 되는 그런 거였는데 탈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더니 마침 박물관 앞에 자전거를 탄 어떤 남자가 다가왔다.

대낮인데다가 대만이라 안심하고 있었다. 자기 수상한 사람 아니라면서 어디 가냐고 물어보더라. 아니, 처음에는 자전거 타는 거 도와줄까?? 가 질문이었다.

시즈완에 가려고 하는데 걸어가서 MRT를 타야 할지, 자전거를 타고 갈지 고민하고 있다, 라고 했더니 대뜸 자기 차를 타랜다.

뭐? 했는데 대답할 생각도 안 주고 성큼성큼 자기 차로... 처음엔 자기 자전거 차에 싣느라 가는 줄 알았는데 나보고 막 오래;;;

 

그래서 처음보는 사람한테 폐 끼치지 않고 싶다, 는 대답을 하고 여행중이라 혼자 가고 싶다는 말을 하니까 그제서야 외국인이냐고 물어보더라.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한국'이라고 했더니 나보고 용감하다면서, 자기 여동생도 대만에 있는 LG연구소에 다니고 있다고 그러더라.

몰랐는데 한국계 기업에 일하려면 한국어는 기본인가? 여동생이 한국말 되게 잘한다고 그러더라.

MRT역도 안 보이고, 박물관에서 시즈완까지 어떻게 가면 효율적일까 고민하다가 박물관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확실히 대만사람들 친절한 것이, 그냥 난 기다리면 되었는데도 굳이 버스회사에 전화해서 시즈완까지 가는 버스가 맞는지, 언제 오는지, 요금은 얼마인지 다 물어봐주더라. 그렇게 10분 기다렸더니 내가 타야하는 버스가 왔다.

나한테 명함주면서 '한국가면 연락해~'라고 했는데 한국와서 두어번 했나? 그러고 끝.

좀 장기적으로 외국인친구와 사귈 타이밍이었는데 실패했다.... 음;;

 

그렇게 버스타고 시즈완으로.

 

버스타고 가는 중 이런것도 보았다.

 

 

 

보통의 평범한 주스 가게. 하지만 간판이 너무 웃겨서;;;

파파야를 다른 말로 저 단어를 쓴다고 들은 직후였거든. 맨 앞글자가 '멍충이, 바보'를 뜻하는 sha니까 ㅋㅋㅋ

 

버스타고 한참 가다가 어디서 내려야될지 몰라서 '시즈완 역'이 눈에 보이길래 내렸다. 실은 더 갔어야했는데 내가 내리는데도 버스기사가 걍 가만 있더라;;;

아침도 안 먹고, 배고파서 뭘 먹을까 두리번거리는데 요깃거리 찾아 들어간 편의점에서 건너편 간판 발견.

 

 

 

고요포... 라;;

카오야오바오... 라고 읽으면 되나?? 대체 뭐라고 해석해야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해석하자면 최상의 맛을 지닌 빵??

TV 맛집에도 소개되었고, 대만 이곳저곳에 몇 개의 지점을 갖고 있는 체인만두집 같은데 바오, 라고 하는 걸 보니까 만두라기 보다는 그냥 빵의 일종으로 판매되는 듯.

가게안에 있는 TV에서 연신 이 브랜드 광고와 출연했던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두 가지 맛을 선택해서 먹었는데... 맛있어!! 이 만두빵!!!

 

하지만 이렇게 먹고, 치진가서 엄청 후회했다;;;

 

 

 

페리타고 치진으로~

 

 저 멀리 보이는 85빌딩과 까오숑 항 풍경.

 

 솔직히 페리타고 가는데 요금이 너무 싸서 응... ? 하긴 했다만 페리타고 3분만에 도착했다.

 완전 허무해....

 

 치진항에 내리자마자 볼 수 있는 건 자전거보관소와 엄청난 인력거꾼들, 그리고 그들 사이로 뻗어있는 치진시장거리.

여기에 뿜어져나오는 초두부냄새를 이기지 못 하고, 어떻게든 이 자리를 벗어나야겠다 싶어서 일단 시장거리로 진입했다. 저 건너에 뭐가 있을지 확인도 안 해 보고.

 

 

 

Posted by 찰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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