旅行/2017 뉴욕

뉴욕 여행-10

찰리씨 2019. 2. 10. 00:29

 

 

 지쳐서 실신하다시피 잔 것 치고는 오래 자지도 못 했다. 역시 여행지에서 푹잠은 무리인가봐... ;;;

 

 이상한 기분에 일어났더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기세가 있는 건 아니었는데, 나가기 귀찮은데... 라는 느낌은 충분히 주는 정도의 비였다.

주말이라 그런가, 옆에 있는 키타노 호텔에서 연신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 보였고 다들 비 때문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들이었다.

나도 귀찮은데 나가지 말까... 하다가, 식사도 해야 하고 어차피 내일이면 미국을 뜨니까 그냥 일어난 김에 나가자!! 싶어서 준비하고 외출.

그리고 이 비는 오후쯤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지하철을 타고 하이라인 쪽에 내렸더니 비가 잠깐 그쳤다. 하지만 하늘은 여전히 우중충....

그리고 내 마음도 우중충....

잠깐 멎었나 싶었던 비는 다시 내리기 시작했고 지도를 쭉쭉 따라 내려가다보니 빗줄기가 점점 세지기 시작했다!!!

....하이라인 올라가는 계단 전에 있는 CVS에서, 같이 일하던 직원이 부탁한 변비 초코렛?? 그것도 사고 음료수도 샀음.

페리에 오렌지 맛.

별 맛은 없었고.... 그냥 페리에 느낌에 오렌지 향이랑 맛만 조금 나는 정도.

 

비가 와서 그런가, 주말 치고 사람도 없는 하이라인 파크의 분위기가 고즈넉하니 좋았다.

비록 신발도 젖고 발도 젖고 온 몸에 추위가 엄습하고 컨디션은 개박살 직전이었지만.

지하철 역 쪽 출구로 향하다보면 저 멀리 떠 있는 크루즈도 볼 수 있었다.

그나저나, 벌거벗은 남자 조각상이 보고 싶었는데 내가 못 본 건지, 아니면 기간이 끝나서 설치를 종료한 건지 알 수가 없었고 비도 잠깐 피하고 발도 좀 쉴 겸 건물 가림막 아래 들어가서 앉아 있는데 어떤 사람이 이런 홍보물을 주고 갔다.

어차피 나는 못 보는 날짜지만 삼성인데 뭐, 굳이 갈 필요가??

그나저나 얘네 한국보다는 외국에서 행사 크게 하긴 하는구나. 동원되는 자본력과 인력이 달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쉼터로 조성된 벤치에 앉아 있는데 참새들이 포르륵 날라다니더라.

귀여워서 찍어 봤다.

같은 참새인데 한국에서 보는 애들이랑은 생김새가 정말 다름.... ;;; 사이즈는 얼추 비슷한데.

 

하이라인 파크 둘러보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첼시 마켓이였다.

지나가다가 구글 본사도 보고....

 

가다가 사람 것인지 동물 것인지 모를 배설물도 보고.... ;;;; 거의 사람 것이라고 보면 된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그냥 좋게 생각할래;;;;

비가 엄청 내려서 더 이상 일반 카메라로 사진 찍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핸폰으로 사진 찍을 정신도 없었다.

겨우겨우 첼시 마켓 안에 들어갔는데 할로윈이라고 분위기를 잔뜩 내 놨음. 그리고 하이라인 파크에서는 못 봤던 인간들이 죄다 이 마켓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한 마디로 바글바글.

 

사람도 많은데 이런 것까지 보이니 더 정신이 없었음....

비가 오니까 관광객들을 죄다 이 안으로 몰아 넣었는지 가이드들이 뭐라뭐라 하는 광경도 꽤 많이 보았다.

스쳐 지나가면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꽤 늦은 시간이었음-첼시 마켓에서 소문 난 바닷가재 전문점으로 들어갔는데....

내가 시킨 게 미디엄인지 스몰인지 기억도 안 나고, 확실한 건 화이트 와인이랑 같이 먹었다는 건데....

굳이 미국까지 와서 이걸 먹었어야 됐나, 후회가 막 밀려왔다.

어차피 한국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먹을 수 있는게 바닷가재인데, 내가 왜 여길 괜히 왔나 싶은 기분이라 먹고 나서도 기분이 좋지 못 했다. 컨디션 탓이라고 몰기에는 진짜 후회가 막심했음.

차라리 다른 걸 먹을걸.... 나오면서 보니까 주변에 엄청 맛있어 보이고 신선해 보이는 먹거리 많던데, 물론 사람들마다 호불호가 다르긴 하겠지만 단순한 갑각류 요리를 해외까지 가서 먹는 건 비추다. 더군다나 가격차도 많이 안 나는 걸.

쓸쓸한 마음을 안고 첼시 마켓을 대강 구경하다가, 돌아가기 위한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비가 너무 심하게 내려서 잠시 피할 겸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아메리카노 한 잔 시켜서 먹는데 뭔가 속도 그렇고 몸도 그렇고 위로 받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비가 그치는 분위기가 아니길래 어쩔 수 없이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으, 비 너무 심하게 온다.... 우산을 써도 소용없을 정도로 다 젖는 그런 비였다.

다른 일정도 없고, 어차피 볼 일도 있어서 빅토리아 시크릿 매장을 갔다가 겸사겸사 타임 스퀘어로 향했다. 거기서 사봉 매장을 들러 선물용의 스크럽과 바디 워시를 몇 가지 샀는데-순식간에 130불 돌파-한국 와서 스크럽은 써 봤더니 나한테는 안 맞았음. 향은 끝내주긴 했다.

그리고 매그놀리아 카페로 이동.

분당 판교에도 입점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떄가 아니면 싼 가격에 못 먹을 것 같아서 두 가지 선택해서 다시 호텔로 돌아왔음.

비가 여전히 많이 오는 데다가 그 와중에 돌아다녔다고 온 몸이 피로를 호소했다.

간단하게 사 온 푸딩 먹고 끝내려고 했는데.... 냉장고는 없지만 설마 하룻밤 사이에 상하기라도 하겠나 싶기도 했고, 날씨가 겨울이니 창가에 놔 두면 괜찮겠지 싶었다.

.....어차피 마지막 날이라는 강박 때문에 근사한 저녁을 먹고 끝내려고....

호텔 근처에 있는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로 향했다. 정말이지 이 호텔 위치 진짜 좋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지척이고,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바로 앞이고, 근처에 유명한 스테이크 하우스도 있고....

 

반 지하에 있는 가게로 들어가서 혼자라고 이야기했더니, 바 쪽으로 안내 해 줬다.

월드 센터 쪽은 혼자든 아니든 테이블로 안내했는데, 어쨌든 독특한 자리에 안내 받았고 눈 앞에 술병들이 잔뜩 있어서 찍어도 되냐고 물은 다음 사진 촬영.

서버가 친절하긴 했는데 살짝 가시가 있는 스타일이었다.

내가 잘 못 알아들을 줄 알고 인종차별 섞인 단어를 내뱉었는데 일부러 모르는 척 했음.

아, 진짜 고기 맛있었다!!!!

누구랑 같이 왔으면 매쉬 포테이토까지 시키고 싶었는데, 혼자라 안 좋은 점이 여기서 발동... ;;;

굽느라고 생긴 육즙에 식전빵에 제공된 버터 녹여서 먹으라고, 옆에 앉아 있는 다른 손님이 추천해 줘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기분은 살짝 나빴지만 고기 먹었으니까 괜찮아!! 하하하하.

그리고 팁은 다른 서버한테 주었음. 메인 서버가 개싸가지라 재수 없어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엠파이어 스테이트 쪽으로 가 봤다.

비 오는 날씨+구름에 가려서 정말 멋있었다!!

이렇게 해서 마지막 날+뉴욕 여행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