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9-30 속초
별 생각은 없었고, 그냥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바다를 보고 싶었다.
홧김에 속초 왕복 버스표를 끊고, 저녁 버스 타고 속초로 고고.
숙소는 예전에 갔던 에그하우스 게스트하우스가 시외버스터미널하고 가깝기도 하고, 동명항이나 관광수산 시장까지 걸어서 갔던 것이 생각나서 예약했는데....
....이번에 탄 버스는 시외버스터미널이 아니라 고속터미널에서 내렸다;;;;
아니, 정말... 버스예매앱... ;;; 터미널 어딘지 최소한 안내라도 해 줬으면 좋겠네. 시외인지 고속인지 그것만 보고 어떻게 알아, 정말;;;
어쨌든 내가 내린 곳이 다른 곳인거 알아서, 택시 잡아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굳이 또 찍을 필요도 없이, 전에 왔을 때랑 같은 방이었음.
그리고 엄청 추웠다!! 웃풍이 장난 아니게 들어오는데다 난방도 바닥 일부 한정이라 자면서도 덜덜 떨면서 잤고, 더군다나 더운 물이 나오지 않아서 씻지도 못 하고 화장만 겨우 지우고 자야 했다!!!
저번에는 이렇게까지 안 추웠던 것 같았는데, 그 땐 심지어 비까지 왔었단 말이지??
덜덜 떨면서 겨우 잠들었다가, 새벽에 너무 추워서 결국 눈을 떴더니 새벽 5시 반.
다시 못 잘 것 같았는데, 그래도 눈 감았더니 잠이 다시 오긴 하더라. 긴장 상태에서 조금 자다가 알람소리 듣고 일어났다.
해돋이 본다고 별 짓 다 한다, 생각하면서 든든하게 챙겨 입고 나왔는데....
추워..... 추워.... 춥다고..... !!!!
해가 뜨려고 하는지 먼 하늘부터 밝아오고 있었는데, 편하게 잠을 못 자서 그런지 몸이 풀리질 않아 엄청 추웠다. 쭉 걸어서 동명항을 향하는데 눈까지 시려와서 눈물이 막 쏟아지고, 이른 시간이라 거의 사람이 없어서+어두워서 다행이었지 누가 봤으면 쟤 왜 저래?? 하고 봤을지도 -_-;;;
동명 수산시장으로 들어가서 왼쪽에 영금정이 보이길래 그쪽으로 향했다가, 무슨 다리가 하나 있어서_거기가 훨씬 낮아서-영금정 대신 다리쪽으로 올라갔다.
시야가 뚫려 있어서 해 뜨는거 보기 좋아 보였음. 어차피 영금정이나 여기나....
평일인데 제법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조업중인 어선 불빛이 뜨는 해인줄 알고 속는 사람도 꽤 있었지만 공통적인 건 춥다는 거... ;;;
해 언제 떠? 언제 떠? 이런 대화가 계속 오가고 있었음.
너무 추워서 혹시 몰라 준비해 간 뜨거운 물 계속 마시면서 주변 구경하면서 시간 보냈다.
일본 강점기 시절에 개발되기 전에는, 여기 부딪치는 파도소리에 정말 금 타는 소리가 들렸다는데 어땠을지 진짜 궁금하다. 해안 암초 모양들이 선처럼 되어 있어서 소리가 남달랐을 것 같긴 하다.
그렇게 기다리는데....
어느 순간 구름 사이가 유독 붉게 달아오르는 것 같더니 해가 뜨기 시작했다.
조업선 불빛이라고는 생각하지 못 할 정도로 크고 강한 붉은 빛이 순식간에 떠오르더라.
지금까지 살면서, 해 뜨는 건 처음 봤다.
너무 예뻐서 웃음밖에 안 나오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부실 만큼 환하게 떠서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는 거. 그렇게 빨리 뜰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그것도 놀랍긴 했음.
완전히 해가 뜬 다음 어차피 더 볼 것도 없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여전히 추운 방이지만.... 그래도 사람의 꼴은 갖춰야 할 것 같고 더운 물이 나오길래 그제서야 씻었다.
호스텔에서 빵으로 조식이 나오긴 하지만 어제 사 둔 것이 있어서 그거 먹고 쉬다가 나갈 준비하고 호스텔에서 체크아웃.
그리고 다시 동명항으로.
열 시가 넘은 시간이라 새벽에는 닫혀 있던 가게문들이 거의 다 열려 있었다.
그 와중에 폐업한 가게들도 많이 보여서, 요즘 경기가 많이 안 좋긴 하다는 걸 체감하게 해 주었고.... ;;;
지나가다가 멧새들이 익은 감 파먹고 있길래 귀여워서 찍었는데, 이것들이 파 먹다가 감을 떨궜는지 바닥에 감 떨어진 흔적이 적나라했다.
그냥 길 가다 재수없으면 머리에 감 폭탄 맞는 거네...
동명항 도착해서 하늘을 보니까 아직 달이 희미하게 보이는 정도였다.
수산센터 가서 흥정할 생각도 없고, 대충 먹으면 되겠다 싶어 나한테 호객하는 사람 있어서 그 사람한테 대강 알아서 골라 달라고 했다.
3만원어치 주문했는데 바구니에 막 담길래 그만하라고, 했더니 많은 게 아니래.
이것저것.
금치?? 뭐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생선이랑 광어랑 이것저것 섞어서 3만원어치.
활복비 3천원 따로 지불하고 회 떤 것을 들고 올라왔는데....
확실히 썰고 나니까 그닥 많은 양은 아니었음.
그리고 이것을 먹기 위해 미리 술 하나를 사 왔다.
공부가주!!!!
향도 좋았고 맛도 좋았고, 생선회 집어 먹다가 멍게랑 해삼 먹다가 입가심으로 마셔가면서 순식간에 다 해치웠다.
금치인가 뭔가 하는 그 생선도 먹었는데.... 뭐랄까, 되게 식감이 이상했다.
삼키지도 못 하고 다 뱉어 버렸음. 마치 퍼석퍼석한 이상한 거 씹는 기분이라 좋지도 않았고 맛도 없었고.
그래서 싸게 맞춰 주는건가 싶었는데, 마지막 입가심으로 편의점에서 산 라면까지 깨알같이 먹어주고 나왔더니.... 오후 12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2시 20분 버스라 시간대도 애매해서, 고속터미널까지 택시 타고 가서 거기서 시간 때우다가 버스 타고 서울로 돌아왔음.
그냥, 피곤하긴 한데 해 뜨는거 봐서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