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랑 대만 여행-8
예상한 것처럼 몸 상태가 정말 안 좋았지만, 오늘 떠나야 한다는 긴장감 때문인지 생각보다 늦잠은 못 잤다.
친구들이 아침에 나간다고 부시럭거린 탓도 없잖아 있긴 하지만, 이왕 일어난 거 캐리어 마저 정리하고 씻고 아침을 먹었다.
아침은 어제 까르푸에서 산 롄우와 한천 음료.
웃긴게, 이거 먹다가 남아서 아무 생각없이 메는 가방에 넣고 잊어버렸는데 한국에 도착했더니 한 알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깜짝 놀랬다.
원래 과일이나 육포는 검역 통과 못 하니까 -_-
카운터에 퇴실 수속 밟고, 남은 일정 상 여행 캐리어 세 개 보관이랑 친구가 맡긴 보조배터리 충전 요청을 했다.
숙소는 시먼에서 가까운 스페이스 인, 이었는데 여기 한국 사람 정말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씻으러 가거나 저녁에 샤워하러 가면 죄다 한국 사람일 정도로.
문제는 지하인데다가 약간 어두워서 J의 표현에 따르면 '감옥 같다'는 기분이 확실히 강한 숙소였다.
지내기 나쁘지는 않았지만 다시 선택할 것 같지 않은 그런 숙소임.
나왔더니 예상대로, 날씨가 엄청나게 좋았다.....
햇빛이 쏟아지는 타이페이라니!!!!
여행 올 때마다 거의 보다시피 한 당연한 광경이었는데 왜 이렇게 반갑지!!! 했지만, 떠날 때 되니까 비가 또 오더라 -_-
시먼역에 가서 송산라인으로 갈아타고, 치아더 베이커리로 고고.
펑리수만 많이 나가서인지, 예전이랑 다르게 다른 빵들이 별로 안 보였다.
맛있는거 되게 많은 것 같아서 먹어 보고 싶었는데 포기.... 차잎도 좀 살까 했는데 이젠 차잎도 안 팔더라.
치아더에서 파는 찻잎 정말 맛있었는데, 없어!!!!
선물용 세트 네 개인가? 하고 소소하게 먹을 밀크케이크 사서 다음으로 간 곳이 중정기념당.
중정 기념당을 관광할 생각은 아니고, 우육면 먹으러 간 거였는데...
.....파룬궁에서 모여서 법회 하더라;;;;
그리고 어째서인지 중정기념당 춘수당도 사람 엄청 많아서 앉아서 먹을 생각은 못 하고
밀크티만 사서 나왔다.
....우육면은 못 먹었지만 괜찮아, 여기 밀크티 정말 맛있으니까 ;ㅅ;
돌아오는 전철 안에 있던 캠페인 광고.
하여간 어느 나라든 생각없는 사람들 때문에 문제구나. 대중교통 좌석에 왜 지들 짐은 올려놓냐고
숙소에 도착해서 좀 기다리고 있으려니 친구들이 와서 캐리어 챙기고, 마지막으로 짐 정리 다시 하고 치아더에서 산 밀크케익 나눠 먹고 공항으로 향했다.
J는 그러려니 했는데, A가 치아더를 몰라서 의외였음.
하긴, 관심없으면 모를 수도 있지.
둘 다 대체 뭘 했는지 빵이 한 봉다리였다. 기념 선물로 빵이라.... 'ㅁ'
타이페이 올 때처럼 숙소에서 메인 스테이션까지 걸어갔다.
오늘은 해가 나서 날이 좋을 줄 알았는데, 갈 때까지 비라면서 다시 투덜거리고, 누가 또 아메온나(雨女)인가 투닥투닥.....
올 때는 신경쓰지 않아서 몰랐는데, 버스 타러 향하다보니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 옆의 버스터미널이 사라져 있었다.
이런 건 생각도 못 해 봐서 순간 당황했는데, 눈 앞에 보이는 경찰(인지 근무요원인지)한테 물어보니까 터미널 신축공사 관계로 메인 스테이션 동편 입구에서 리무진 버스를 운행한다고 했다.
위치까지 정확하게 물어보고 동편 입구로 가니, 거기 리무진 버스 매표소랑 정류장이 다 있더라.
국광버스 매표소밖에 안 보이길래 공항 가는거 세 장 사고, 줄 서서 기다려서 버스 탑승.
버스 타고 가는데 비가 또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래저래 이번 대만 여행은 비에서 벗어나지를 못 했다....
원래대로라면 터미널 1에서 내려야 하지만 J의 항공사가 아시아나라 2터미널 먼저 들렀다가 수속 밟는거 보고 A랑 1터미널로 이동했다.
체크인하고, 수하물 붙이고 출국 심사 받고 나가려는데...
제지 당했다;;;
들어올 떄는 몰랐는데, 대만 입국시 그 날 심사원이 내 여권에 입국 도장을 안 찍어준 거였고, 입국 도장 어딨냐, 는 출국 심사원 물음에 그걸 내가 어떻게 아느냐? 라고 반문했더니 순간 분위기가 나를 무슨 불법체류자로 만들어가는 상황이었다.
심사원 표정이랑, 그 주변 다른 직원들 표정이 딱 그러길래 순간 열 받아서 몇 일에 대만 들어왔고, 비행기 번호 불러주고, 친구들이랑 자유 여행 오고 오늘이 딱 출발일인데 입국 도장 없는 걸 왜 나한테 물어보냐고 쏘아 붙였더니 잠시 확인하러 가더라.
한 5분 정도였나?? 입국 시간대 기준으로 CCTV라도 돌려본 모양이었다.
나한테 불편하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하더라. 자기네 심사원 실수로 나한테 민폐 끼쳐서 미안하다고.
그러고 하는 변명이 자기네가 그 날 너무 입국객이 많아서 일일이 신경 못 쓴 것 같다,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됐고, 그때 못 찍어준 입국 도장 찍어달라고 했다.
....이제 대만 오지 말까.... -_-
A가 얘기하기를, 그나마 너는 중국어가 되니까 그렇게 상황이 빨리 끝난 거였지 만약 다른 사람이었으면 조사실까지 갔다 왔을지도 모른다고 위로를 해 줬다...
마침 제일 사장한테 어디냐고, 잘 가라고 라인 메세지가 왔길래 '나 방금 이런저런 불쾌한 일 당했어!'라고 사정 얘기했더니 어이없어 함.
'그 사람들이 너한테 사과했어?'라고 물어보길래 '사과는 받았지만 기분은 불쾌하다'라고 답했더니, 사과 받았으면 잘 끝난거니까, 희귀한 경험 했다고 치고 잘 가라고 하더라.
이미그레이션 통과해서 2터미널로 이동해서 J랑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우린 저녁먹으러 고고싱.
우육탕면이랑 우육탕밥.
우육탕밥은 내가 먹은 건데, 나쁘지 않았다. 면보다 반찬도 좋고, 밥이라 속도 든든하고.
여기에 입가심으로 맥주 마셔주고, 시간 거의 임박했길래 1터미널로 돌아와서 비행기 탑승.
비 오는 날씨를 뒤로 하고 한국으로 출발.
매번 혼자 다니다가 친구들이랑 같이 한 여행이라 마냥 편한 건 아니었지만, 같이 해서 좋은 점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뭘 했는지 생각이 잘 안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