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오사카-6
마지막 날도 역시 엄마가 틀어 놓은 티비 소리에 깼다... ;;;;
피곤하다면서 일찍 주무시더니, 몸이 많이 풀려서 좋았다고. 하지만 난 새벽에 깨서 여전히 헤롱헤롱....
마지막 일정은 가볍게 구경하고 좋은 거 먹고 마무리하자, 가 목적이었다.
오사카를 왔으니 오사카 성을 가야겠지?? 겸사겸사 미리 찾아 놓은 주변 맛집도 챙겨서 출발.
일단 호텔 체크아웃 하고, 공항 가기까지 시간이 많아서 캐리어는 호텔에 보관 요청 해 놨다.
첫날 빼고 여행하는 일정 내내 날씨가 너무 좋아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날까지 춥긴 추웠음.
예전에는 어떤 모양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해자가 있었을 거 같은 성벽.
오사카 성 관람 안내도.
여기엔 뭐가 있고, 저기엔 뭐가 있고 등등.
하늘 진짜 맑고 좋았다.
이왕 온 김에 전망대도 올라가 보실래요?? 라고 했더니, 우리 어무이 왈.
"돈 주면서까지 올라갈 필요 못 느끼겠다"며 쿨하게 거절하셨음.
아침을 아마 어제 사 온 과일로 대강 때워서 살짝 허기가 지는데, 뭐 먹을 만한 것도 안 보이길래 그냥 아이스크림 하나 더 사 먹었다.
오사카 성 안에 있는 호수인데, '야생조류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라는 간판이 영어, 일본어, 한국어, 중국어로 쓰여 있었음.
그리고 그 간판 너머로 비둘기들이 자리 다툼하면서 열심히 목욕 중.
날이 쌀쌀해서 엄마랑 둘이 '쟤네 춥겠다~' 하면서 구경하고 있었다.
결혼식도 할 수 있는 성 내 신사.
신사 입구에 그 누구더라... 하여간 임진왜란 주범 중 하나인데, 동상이 서 있었고 시간대가 절묘해서 동상 등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받고 있었다.
등 따갑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
오사카 성 나오면서 담장 너머로 보이는 성 전경 한 번 찍어봤다.
한국에서 오사카 미슐랭가이드 검색해서 찾은 맛집으로 가려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그 날이 휴일.... ;;;
어쩌지? 하는데, 어무이가 잠깐 생각하시더니 아침 먹기도 애매한 시간이고 점심 먹기도 애매한 시간이니까 도톤보리 돌아가서 쇼핑이나 더 하자고 하셨음.
여행왔으니까 주변인들 선물이나 하자면서, 첫날 왔을 때 언뜻 봤던 키티샵이나 찾아가 보자고 하심.
지나가다가 눈에 띄길래 먹은 경단꼬치.
...확실히 별 맛은 모르겠고, 그냥 부드럽다는 식감밖에 없었다.
도톤보리 키티샵이 어디였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길래, 구글 검색을 했더니 산자이바시 역에 산리오 샵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걸어서 얼마 안 하는 것 같길래(난바역 기준 한 구간) 이런저런 얘기 하면서 걸어가니 한 20분 좀 안 되게 걸리더라.
어떻게 갔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산자이바시 4번 출구 쪽이었다.
별로 산 건 없었다.
그냥 선물용으로 친구 딸내미 가방이랑 스텐레스 기간 한정 텀블러, 그리고 핸드폰 악세사리랑 어무이 친구 손녀 선물용으로 컵 하나 샀다.
어무이 친구 손녀한테 준 컵은 나중에 들어보니까 지 컵이라고 유치원 가서 자랑했다고 하더라.
점심은 도미밥으로 유명한 요타로 혼텐에서 먹기로 했다.
맛이야 어떤지 모르겠지만 뭔가 특이하니까??
지도를 보니까 막 이래저래 꼬아놨는데, 가는 길이 의외로 간단했다.
무슨 역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6번 출구였나?? 나가서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담쟁이 덩굴로 뒤덮인 건물-카페-가 하나 나오는데 그 카페쪽 골목으로 들어가서 다시 보이는 첫번째 골목 오른쪽으로 들어가니까 바로 요타로 혼텐이 있었다.
나도 이런게 있는지 몰랐는데, 일본에 오래 살다 온 애가 좀 독특하게 먹고 싶으면 가 보라고 추천해줘서 왔다.
들어오니 사람이 제법 있었음.
점심 시간대랑 맞물려서 웨이팅하게 되면 어쩌지.... 라고 걱정했는데, 금액대가 있다 보니 직장인들 점심 시간이랑 별 관계없이 영업하는 듯.
한국으로 치면 점심 식사로 6천원짜리 순대국 대신 5만원짜리 한정식 먹는 셈일 테니까.
남들 다 시키는대로 주문했다. 2-3인용의 덴뿌라 모듬하고 도미밥 정식으로.
혹시 몰라서 '마'는 못 먹는다고 했더니 지금은 없다고 하더라.
안심하고 주문 고고.
바에 앉아서 튀겨지는거 계속 구경했다. 확실히 가격대가 있는 업소라서 그런가 모르겠지만 사람들 먹는 속도에 맞춰서 음식이 나오는 그런 시스템이었음.
오른쪽에 있는 건 무슨 식용 꽃이라던데, 이름 듣고도 잊어버렸다.
한국 와서 이 가게 추천해 준 애한테 물어보니까 자기도 뭔지는 모르는데 국화 일종이란다. 먹을 수 있는 꽃의 새순을 튀긴 거라고.
엄마랑 내가 천천히 먹으니까 튀겨주는 사장님도 속도를 그에 맞추셨음.
그리고 왠만큼 튀김 먹고 있는데
두둥!!!
도미밥 등장!!
보자마자 미친듯한 비주얼에 웃음밖에 안 나오더라.
우선 카메라로 하나 찍고, 양해 구하고 폰카로 한 번 더 찍었다. 친구들한테 자랑한다면서.
사진 다 찍고 나서 도미밥 냄비는 다시 주방으로.
뼈와 살이 분리되어 밥과 비벼져서 나온 도미밥은 바 뒤에 있는 백업에서 공기에 담아 내 오는데, 필요하면 직접 갖다 먹는게 아니라 더 먹고 싶다고 요청하면 다시 떠서 주는 방식이었다.
맛있긴 했는데, 딱히 그렇게까지 맛있다는 느낌은 없었고 그냥 이런 것도 있구나.... 정도.
오히려 밥보다 국이 더 맛있었는데, 일본은 뭐 리필 요청하면 무조건 금액 추가라 엄마가 많이 아쉬워 하셨음.
튀김도 그렇고 국도 그렇고 시즌마다 바뀌는 모양이다.
밥 먹고, 남은 건 포장받아서 나왔다.
그리고 짐 맡긴 호텔로 가서 캐리어 찾아서 JR난바 역에 있는 리무진 터미널에서 버스 타고 간사이 공항으로 고고.
버스 타고 가면서 대한항공 앱에서 얼리 체크인 하는데, 뭐가 자꾸 오류가 나는 거였다.
포기하고 공항 갔는데 카운터 직원 왈, '이미 되어 있는데요?'라고 해서 황당했음.
되어 있는 거하고는 관계없이 그냥 다시 탑승 수속 받아달라고 했다.
입국장이랑 출국장 분위기가 너무 다른데... ;;;
출국심사대 통과하기 전에 택스프리 받은 영수증 제출하고 들어갔더니 샤넬 매장이 있었다.
공항 한 켠을 다 차지하고 있었는데, 에스컬레이터 옆의 계단이 그냥 계단이 아니라 샤넬 로고가 끊임없이 흐르는 광고판이었음.
온 김에 보고 싶었는지 어무이가 적극적으로 날 이끄셨음.
나야 뭐... 샤넬은 그닥 관심 없어서 국내에서도 잘 안 들어가는데, 어무이가 거기 중지갑이 어지간히 마음에 드셨던 모양이다.
나중에 출국하게 되면 지갑 하나 사면 되겠다... 라고 하시던;;;;
비행기 타기 전에 간단하게 간식 먹기로 했다.
밥 먹은지 시간이 좀 됐기도 하고, 비행기 타기까지 시간대가 애매해서 근처 스낵바에서 빵 두 개랑 음료 하나씩 주문하고 앉았는데 온지 며칠이나 됐다고 입국할 때 어떻게 들어왔는지 잊어버리고 있었다.
부랴부랴 공항 내 트레인 타고 출국 청사로 이동해서 체크인 시간에 맞춰서 탑승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갈 때 비행기도 급상승. 90도로 확 꺾어지는 건 아니었지만 앉아 있는데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시간 좀 지나니까 기내식이랍시고 빵이 나왔는데.... 하아....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한 입 베어물자마자 도로 내려놨다. 솔직히 배도 그렇게 안 고팠고, 어무이도 한입 드시자마자 그냥 내려 놓으셨음.
정말 배고파서 위가 요동치는게 아닌 이상 맨정신으로 먹을 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딱딱하기는 또 얼마나 딱딱한지.
음료 서비스만 받아서 그거 마시고, 얼마 안 남은 비행시간 어무이랑 얘기하다 보니 인천 도착.
여행 자체는 재미있었는데 먹는 게 좀 불편하셨단다.
음식이 입에 안 맞는게 아니라, 반찬이 너무 적었다고!!!!
....그래서 다음 여행지는 중국으로 가자고 꼬셨다. 음식 맛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뭐 하나 나오면 푸짐하게 잘 나온다고 꼬셨는데, 과연 가실지는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