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2
호텔 도착하고 짐 보관만 의뢰한 뒤 그대로 호텔 앞에 있던 택시를 탔다.
천안문 광장 간다고 얘기하고 탔는데 아무래도 내 중국어가 현지인은 아니라서 기사 아저씨가 바로 '어느 나라에서 왔어?'라고 물어보더라. 한국에서 왔다니까 되게 좋아하셨음.....
어쩌면 외국인이 중국어 하니까 편해서 그런걸수도 있겠지만, 짧은 거리지만-호텔에서 천안문까지 걸어서 한 15분 거리에 있었다-고궁 동문을 지나면서 여긴 어디고 여긴 어디고 일일이 설명해주셔서 감사했다.
그리고 보안 때문에 천안문 앞으로 못 가니까 미안하지만 여기서 내려달라고 했는데... 괜찮았음.
오히려 고궁 주변의 잘 조성된 녹지가 있어서 시각적으로 굉장히 편안했으니까.
천안문 광장 앞 쪽, 그러니까 전문(前門)이라고 하는 지역같은데 얼핏 사람들 대화 들어보니까 저 붉은 단 같은 것이 얼마전 열병식 때 합창단이 들어섰던 공간이라고 했다.
안 그래도 전승절 기념식 행사로 인해 설치되어 있던 구조물이나 시설같은 것들을 그때까지도 해체하는 중이었다. 대체 얼마나 크게 한 거지??
그리고 빡센 보안검색대 통과하고-아, 진짜 중국이라고 느낀게 보안검색대를 차례차례로 통과하는것이 아니라 그냥 우르르르 들어가서 통과하면 땡-바로 보이는 모택동 초상화가 생각보다 커서 깜짝 놀랐다.
하긴, 저렇게 큰 건물에 걸려 있는 초상화가 작아서야 어디 보일리가 없지.
상해 생각하고 북경 왔는데 완전 계산을 잘못했다.
북경은 상상도 못 하게 컸다.
뭐든 컸다. 건물도, 광장도. 심지어는 길도....
천안문 광장 빠르게 통과하고 고궁으로.
가끔 중국드라마나 무협 보면 고궁 성벽을 뛰어넘는 암살자들이 등장하는데, 그 암살자들이 얼마나 대단한 실력자인지 알겠다.
....사람의 힘으로는 저 성벽 도저히 못 뛰어넘어... ;;;;
여권 제시하고 입장권 두 장 사서 고궁으로 들어갔다.
매표실명제를 도입하고 있어서 인원수대로 신분증을 요구했다. 혹시 몰라서 삼일 내내 여권은 들고 다녔음. 그건 또 그거대로 신경쓰이더라 -_-
...크기도 크지만 사람이 엄청 많아!!
둘이 왔으니 이것저것 사진 좀 찍어보려고 했는데, 그럴수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너무 많았다. 하긴, 한국이 아닌 중국이지.
거기다 북경이 아닌가.
경복궁 관광객 많은거하고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데, 고궁에 들어갔더니 본격적으로 만리장성 관광을 유도하는 호객꾼들이 달라붙었다.
눈도 안 마주치고 그냥 무시하는게 상책. 뭐, 조금 편하게 만리장성을 가고 싶다면 이야기해보는것도 괜찮겠지만 한 둘이 아니라 신경쓰이는게 보통은 아님.
유명 관광지마다 여행사 호객꾼들이 말도 못 하게 많았다.
그리고 가이드 해 주겠다면서 금액 얼마정도 요구하는 현지 가이드들도 많았고.
구경이 문제가 아니라 그 가이드들과 호객꾼 물리치는게 더 일 같았음.
여러가지 상황과 달리 고궁은 예뻤다.
그러고보니 옛 명칭은 자금성인데, 대만쪽에서는 고궁 대신 자금성이라는 호칭을 여전히 쓰고 있었다.
중국 오기전에 제일 사장하고 잠깐 얘기했는데, 밥도 먹지 말고 호텔도 가지 말고 무조건 고궁부터 가라는 얘기를 해 주더라.
그래도 짐은 맡겨야겠다 싶어서 호텔부터 들렀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었음.
한 서너시간은 걸리겠다 싶었더니, 제대로 보려면 여섯시간은 걸리겠더라.
우선은 한 방향부터 뚫기로 하고 계속 직진하는데, 얼마 보지도 않았건만 한 시간이 훌떡 지나가 있었고 '어화원(御華園)'이라고 된 표지판을 보고 정원이라니까 구경이나 할까 싶어서 들어갔더니 왠 카페테리아가 있길래 고궁 기념으로 파는 우유소 월병과 철관은 구입해서 잠깐 휴식하기로 했다.
여덟개들이 40위안. 싸진 않다.... -_-
그래도 맛있게 잘 먹고, 철관음도 맛나게 잘 마시고 뜨거운 물도 추가로 받아서 마시고 노닥거리다가 일어나서 다시 관람 시작.
카페테리아에서는 커피도 팔고 있었는데, 커피머신이 한국 휴게소에서 쓰는 기계를 그대로 가져온 거였음.
왜, 그 음식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동전투입식 커피머신.... ;;;
잠깐 쉬고 일어나서 다시 고궁 관람 시작.
설마 카페테리아 이름이 어화원일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어화원이 나타났다.
....여기도 사람 엄청 많... !!!!
정원을 장식한 기암괴석들과
언제 설치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절벽을 그대로 깎아 놓은 것 같은 괴석돌담.
궁 밖 외출이 쉽지 않은 왕족과 황족들이니 이런식으로 자연을 느끼려 한 것이겠지.
세대를 거듭하면서 기묘한 모양으로 자란 정원수들.
튀어나온 부분은 사람들이 하도 손을 문질대서 반짝반짝 윤이 나고 있었다. 저러다가 더 만지면 화석될 것 같은 모양새더라.
어화원 구경하고 나오니 저 멀리 경산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고궁은 제대로 구경하지도 못 했지만 이차저차한 상황으로 경산공원에 가기로 결정.
역시나 엄청난 여행사 호객꾼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고, 그나마 차도와 인도를 구분해놔서 무단횡단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담배냄새가... -_-+
지하도를 통해 경산공원으로 넘어갔다.
물론 입장료는 있었다. 이런 사소한것까지 돈 안받을 중국이 아니지.
이건 고궁 나와서 바로 찍은 것.
경산공원 나와서 이 물길 따라 쭉 직진하다보니 자금성이 예전에 진짜 '성채'였음을 알 수 있는 돌성벽도 존재하고 있었다.
헥헥거리고 공원 꼭대기로 올라가서 보게 된 자금성 전경.
하늘이... 날씨가 흐린건지 공기가 안 좋아서 저런건지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지만 해가 없어서 편한 반면 확실히 쌀쌀하게 느껴졌다.
한국보다 북쪽은 북쪽이구나 싶기도 했고.
경산공원 꼭대기 불당안에서 찍은 고궁 후면.
날씨가 좋다면 끝내주겠지만 왠지 인터넷에 소개되어 있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고궁 사진은 왠지 컴퓨터 합성이 아닐까 싶다.
만약 실제 파란하늘 배경을 봤다면 얼마전에 거행된 전승절 기념식에서나였겠지.
원래 고궁 포함 여기까지 구경하는걸로 다섯시간 생각했었는데, 한 시쯤 천안문 입장해서 경산공원에서 내려왔을때 시간은 오후 4시였다.
세 시간만에 둘러본게 아니라 그냥 이러저러하구나 발만 스치고 나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