旅行/2014대만

여섯째 날-1

찰리씨 2014. 4. 12. 03:30

 

 

원래 한국에서 한 생각은 달 뜬 아이허에 가서 맥주나 홀짝~ 이었지만....

 

그런 생각따위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한 잔 타 마시고 나갈준비 하는데, 가이드북을 살피던 호스텔 스탭이 나한테 물어보기를

 

"매번 너 데리러 오는 친구는 어떻게 만난거야?"라고.

 

좀 이상해보였나??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이 스탭한테는 꽤나 인상적이었나보다. 아무리봐도 중국어를 하긴 하지만 중화권에서 유학한 정도의 어학 실력이 아닌 외국인과, 특정 시간되면 딱딱 데리러오고 데려다주는 현지인 조합이 이상하게 느껴졌던 모양인데, 벽력포대희 보다가 어찌어찌 알게 된 사이, 라고 해 줬더니

 

"너 한국인이 어떻게 포대희를 봤어?! 나도 어릴 때 많이 봤는데 지금은 안 보고, 내 친구는 여태까지 보는건데 그런걸 외국인이 봤다고?!" 라면서 굉장히 놀라워했다.

 

말하는김에 벽력포대희는 전통포대희하고 어떤 차이냐고 물어봤더니, 전통 포대희는 뭔가의 공연이나 광고 등등으로 연령별 상관없이 익숙한 편인 전통놀이라는 기분이고 벽력포대희는 TV 방영하는 전대물 내지 애니메이션같은 느낌이라던가.

 

그밖에도 몇 마디 더 하다가 나도 나름대로 일정 진행하려고 출발.

 

 

 

 

호스텔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있는 조식 레스토랑. 쯔주찬은 아니고, 특정 시간대 식사를 싸게 파는 전형적인 레스토랑인데 100NTD 이상 주문하면 음료는 공짜.

이날 시켜먹은 건 후추로 맛을 낸 치킨까스 정식.

 

먹으면서 대강 루트를 짠 것이 까오숑 시립 박물관-아이허-사자호로 이어지는 코스였다.

여기에 하나 더, 금광 커피숍이라는 목적지가 하나 더 있어서 다시 싼뚜어로 가기로 했는데 아놔....

계속 날씨가 흐릿흐릿해서 선글라스 두고 나왔더니 햇빛 작렬.

하지만 호스텔로 돌아가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와 버렸다. 이미 까오숑 시립 박물관 앞이었음.

 

 

 

 

이번의 주제는 까오숑 근대 역사에 관한 것이었는지 1층 전시장에 이런저런 민속문화거리와 함께 영화산업의 부흥과 전성기에 관한 내용을 주제로 설명하고 있었다.

 

 

 

음악당으로 향하는 후문쪽의 부조물.

 

 

2층은 대만 228사건과 관련한 까오숑에서의 사건 개요와 민주화 투사 인물들에 대한 장개석 정부의 탄압이 어떤식으로 이루어졌는지, 뭐 그런 역사적인 내용들이 위주였는데 그 민주화 투사 인물들에 대한 전시장이 벽력 영웅회 때 메인 전시장으로 쓰이던 곳....

 

벌써 7년이나 지났구나 'ㅅ'

 

 

 

지금은 시립 박물관이지만 예전에는 까오숑 시정부 공관이었던 모습과 228 사건 당시의 상황을 미니어처로 재현해놓았다.

잠깐 설명을 보았지만 진짜 끔찍했구나, 이 사건....

 

우리나라로 치면 518이나 여수사건 등으로 분류해도 좋을 것 같은데, 성향에서 다소 차이가 있긴 하다.

228은 인종 차별의 속성도 가지고 있었으니까.

 

 

 

불과 몇 십년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조선총독부가 헐린것에 비해-여러가지 이유가 있기는 해도(개인적으로 총독부 건물 파괴에 찬성했음) 이 나라는 거의 그대로 두고 다른 건물로 사용하고 있었다.

 

 

 조금은 포대희 역사가 전시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나쁘지 않은 관람이었다.

관람료는 무료, 하지만 가방은 맡겨놓고 다녀야 함.

 

여기 나와서 바로 아이허로 내려가려는데... 어라??

무슨 공사를 그렇게 해 대는지, 강으로 내려가는 길목이 완전 차단되어 있었다. 다리쪽으로 가서 건너편 다리를 보니 그쪽 입구도 완전 봉쇄되어 있고, 강변 바닥은 다 뒤집어진 상황.

 

...대체 무슨 공사를 하는거지??

 

바로 싼뚜어로 갈까, 하다가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안 될 것 같길래 일단 호스텔로 다시 돌아왔다.

돌아오기가 무섭게 내 뒤를 따라오는 호기심 천국 고양이 세 마리.

 

 

...야!!

 

선글라스 챙겨서 고양이들 내쫓으면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선글라스 챙겼더니 하늘이 또 흐렸음.... -_-

 

아레나 역 쪽 큰 길로 가서 택시 잡아서 사자후로 가 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내 목적지를 기사 아저씨가 잘 못 알아들어서 "어디? 어디??" 이랬는데 사자호라고 안 그러고 "라오스 후"라고 했더니(老獅湖) "아! 사자호!!!"....

 

가는데 이 아저씨가 나보고 어디서 왔냐길래 별 생각없이 한국에서 왔다 그러니까, "나도 한국드라마 많이 보고 있어!" 이러시더라.

하하, 고마워요 'ㅂ';;;

관광객이 꽤 많지만 아직까지 한국 사람은 많이 못 봤다고. 음... 아마 조만간 점점 늘지 않을까요? 라고 하니까 이런 교통 불편한 지방도시까지 누가 내려오냐고 그러시더라.

 

....아니예요, 아저씨;;;; 절대 안 그럴거예요;;;;;

하지만 아직까지 교통 불편한 건 동감이예요.... ;;;;

 

그렇게 여러가지 얘기하다가 사자호 도착.

처음에는 왠 사찰이 보여서 읭?? 했는데, 여기가 전부 사자호 풍경구라고 하면서 천천히 돌아보라고 말해주시는 통에 알게 됐다.

 

 

 

 

 

전면의 용이 꽤나 인상적이었던 도교 사찰.

이름은 잊어버렸는데, 그냥 슥 보고 지나가려다가 사찰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사진을 찍을까 했는데, 사람도 많지 않고 뭔가 열심히 빠이빠이(拜)하는 사람들 뒤에서 촬영하는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둘러보고 나오려는데 사찰 한쪽 구석의 공양품 매대 아줌마가 나보고 "공양품 사지 않을래??"하고 물어보더라.

 

처음에는 됐다고, 어차피 할 줄도 모르는데 사서 뭐해... 라고 생각했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종교하고 상관없이 대만 도교사찰 공양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건가 궁금하기도 해서 매대 아줌마한테 좀 도와달라고 했다.

흔쾌하게 허락해주신 아줌마한테 다시 한 번 감사를... 'ㅂ'

 

 

 

우선 신에게 바칠 공양물을 사고,

 

 

총 11개의 신에게 제향하기 위한 향을 사서 불을 붙인 다음

 

 

사찰 안쪽의 중앙신에게 먼저 제향을 한 번 하고 나와서, 바깥쪽 향로에 제향하는데 이건 옥황상제에게 조금 더 내 소원과 기원하는 바가 잘 올라갈 수 있게 바라는 역할이라던가??

 

 

도교 사찰은 총 11위의 신을 모시고 있어서 옥황상제-태상노군 등등 봉신연의나 도교쪽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한 번쯤 다 들어봤을 신들의 이름이다.

 

순서는 1층, 2층 마찬가지로 오른쪽으로 들어가서 왼쪽으로 나가지만 가장 중앙에 있는 신에게 먼저 제향하고 봉양할 것.

...근데 2층에서 순서 헷갈려서 어김. 몰라, 몰라.

 

그리고 신에게 제향하고 소원을 빌 때마다 본인의 이름을 말하던지, 혹은 '이 몸은... '이라고 말하면서 기원하는데 마음으로 해도 좋고, 소리를 내서 해도 좋다고.

 

 

2층에서 향을 올리고 열심히 가족의 건강과 아이의 미래를 소원하며 기원하던 아주머니들....

그런데 아이는 좀 봐 가면서 해 주세요, 애가 막 까무라치게 울다가 낯선 내가 다가가니까 울음을 그쳤음.

 

 

그렇게 모든 신에게 제향하고 소원을 빌면 다시 1층으로 내려오게 되어 있는데, 나갈 때에는 절대 중앙으로 나가면 안 된다. 신이 들고 나는 곳이기 때문에 산 자는 절대 중앙문을 이용하면 안 됨.

 

용산사의 중앙문이 닫혀 있는것과 같은 맥락.

 

 

나름 제향하고 나와서-작게 소원도 빌어보고-시원한 강바람 맞으면서 사자후 풍경구 구경 시작.

솔직히 별 건 없다. 그저 잘 꾸며놓은 강변 공원일 뿐이지만 한 가지 수확이라면 문화 하나 배웠다는 거?

 

 

 

풍경구 입구의 금사자 상.

칠을 했는지, 아니면 금색 돌을 찾아서 조각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진짜 금색이었다. 사자호의 다른 이름이 금사자 호수 풍경구였던가....

 

다시 MRT로 돌아가려고 둘러보는데.... 롄츠탄 못지 않게 한적했다.

주말이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평일이라, 게다가 시간대도 한창 느긋한 오후시간대였기도 했고.

큰 길까지 나가면 뭐가 있겠다 싶어서 쭉 가다보니, 멀지 않은곳의 가판대에 예의 "공양물" 올려놓고 파는 노인들이 보였다. 신에게 정성 올리는 그런 물건들인데, 부적같은 종이들부터 시작해서 온갖 것들이 다 있지만 빨간 글씨로 극락세계라고 써진 노란종이 보자마자 기분나쁜 기억 하나 떠올라서 울컥했음.

 

우리나라와는 좀 다르긴 하지만, 적어도 사람한테 주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를 막 풍기는데 어떻게 그런걸 사서 선물이라고 줄 수 있지? 그것도 極樂世界라고 적힌것을.

일단 줄 때 받아놓긴 했지만, 나중에 어떤 물건인줄 알고 진짜 기함했음.

이거 파는 사람들은 당연히 도교 사원으로 가서 공양물로 쓸 용도로 생각해서 파는 물건이라 사겠다는 사람이 달라고 하면 그냥 달라는대로 팜.

 

 

여기도 상당히 변두리 지역이라 택시가 안 돌아다니길래,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 사고 직원에게 택시 좀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문제의 그 금광 카페로 가기 위해 싼뚜어 역으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