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9-일곱번째 날
+일곱째날 일정-까오숑-타이페이-반치아오역-시먼띵
솔직히 이 날은... 별로 한 게 없다;;;
블로그로 왕래하던 대만 벽력팬(여자로 추정<-이때까지)과 만나기 위해 12시에 출발하는 까오티에도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놨다.
만약 이 약속만 아니었으면 이날 저녁이나 아니면 조금 더 까오숑에서 머물다가 올라왔을텐데, 내가 이래저래 일정을 잘못 짰다... -_-
한국에서 가져온 여행가방에 기천제를 넣으려고 했지만 안 들어가네;;;
급한 마음에 친구한테 전화해서 '기천제가 가방에 안 들어가!! 플리즈~!!'<-난리난리;;
겨우 도착한 친구네 부부가 내민 것은 정방향 50Cm정도 크기의 상자.
여기에 들어갈까?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들어가더라. 역시 오래 만져본 전문가의 손길은 남달랐다(응?)
친구네가 도착하기전까지 바이올라하고 마지막 인사도 나누고, 기천제도 같이 꺼내서 찍고(바이올라는 벽력포대희에 관해 잘 모르고 있었다. 포대희는 알지만 이런게 있다는 건 몰랐던 모양) 하다가 정말 바이바이.
안녕, 리우허 객잔.
안녕, 바이올라. 잊지 못 할 거예요.... ;ㅁ;
친구네부부랑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가는데 그집 꼬맹이, 클레어의 기분이 좋지가 못 했다.
하긴, 나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너무 잘 놀아서 가는것이 아쉬웠으니까.
타이페이에 가서 누구를 만나냐길래 샤오웨이(小尾-연락하던 대만 블로거)하고 만난다고 했더니 알 듯 모를듯한 이상한 웃음을 내던;;;
줘잉역까지 가던 도중 아침먹고 가라면서, 까오숑을 출발하는 당일 대만의 간단한 아침식사를 먹을 수 있었다.
떠우장과 총요우삥;;;
너무 맛있었어!!!
여기서 잠깐 한국의 아침식사와 대만의 아침식사를 비교해보는 시간도 갖고...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대만은 집에서 먹는 사람이 거의 없단다. 바깥에서 사먹는게 훨씬 저렴하게 먹히는것도 없잖아 있겠지만 주방문화때문인지 그렇게 가정에서 먹는게 보편화되어 있지는 않다고.
나도 우리집 예를 들어가면서, 동생의 경우 거의 바깥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편이기는 한데 그래도 아직까지 밥은 집에서 먹는것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해줬더니 조금 놀라워하더라.
부지런하대<-.....
그렇게 주어잉까지 와서(여기서 5년전 처음 대만에 왔을 때 내가 택시비를 얼마나 바가지썼는지 알 수 있었다... ), 내 짐이 많다고 역무원에게 양해를 구해 까오티에까지 들어와서 내 짐을 내려놓고 잘 가라고 인사하는데...
그 순간 울어버렸다.
어차피 대만, 또 여행오면 되는데 그때는 뭐가 그렇게 섭섭하고 아쉬웠는지 눈물이 왈칵 나더라.
나중에 와서 방명록 확인하니까 꼬맹이 클레어도 역을 벗어나서 집으로 가는 내내 울었댄다. 역시 애들은 ㅎㅎ
그렇게 다시 타이페이로.
타이페이로 오니까 하늘이 엄청 흐렸다. 게다가 바람도 예사롭지 않았는데 원래 예정은 메인 스테이션의 코인락커에 짐을 보관하고, 기천제만 들고 샤오웨이랑 만날 생각이었지만 코인락커가 없었다.
완전 패닉상태가 되서, 샤오웨이한테서는 계속 전화가 오고, 나는 점점 짜증이 치솟고, 짐은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고...
결국 호스텔을 먼저 방문해서 짐을 놓기로 하고 택시를 탔는데 택시 아저씨가 너무 느긋했다.
여기서 결국 내 짜증 폭발.....
.....아저씨한테는 정말 미안하더라. 그런데 그 양반도 내 상태가 보통이 아니라는것을 알았는지, 길에서 꽃구걸하는 사람한테(내가 까오숑 떠나기 전에 만났던 꽃파는 사람같은) 한 묶음 사더니만 그걸 나한테 줬다.
생각지도 못 한 선물에 너무 고맙고, 너무 미안해서 또 눈물이;;;<-이때 기사아저씨도 완전 당황;;;
겨우겨우 호스텔 앞까지 도착해서 짐 내리고, 웃돈 더 얹어드리고...
호스텔에 도착했는데 어떻게 체크인하고 짐 다 내려놓고 왔는지 경황이 없었다.
약속있다고, 서둘러야 된다고 하면서 거기 있는 스탭들 혼까지 죄다 쏙 빼놓고 다시 타이페이역으로 질주;;;
너무 당황해서 날씨가 지나치게 추워지고 있구나... 라는 것도 못 느꼈다....
샤오웨이한테서는 계속 전화가 오고, 나 이제 타이페이 역이니까 조금 있으면 도착해!! 라면서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그녀하고 만나기로 한 역이 아마 임가장원이 있는 반치아오 역.
겨우겨우 도착했는데 아무리봐도 목우를 들고 있는 사람... 은 보이지를 않았다.
서로 전화해가면서 '너 어디야??'를 연신 연발하는데 한 20분 정도 그렇게 소비했나??
확실히 '목우가방'이 확실한 것을 들고 있는 땅딸막한 키의 여성이 나타났다.
그녀가 바로 샤오웨이, 이전부터 블로그를 통해 소통하던 아가씨(혹은 아줌마??).
나는 반치아오 MRT역만 생각하고 움직였는데, 그녀가 기다리고 있떤 곳은 반치아오 기차역이었다. 제대로 설명이 안 되어있는데다가 내가 제대로 이야기를 못 들어서 엉뚱하게 온 것이지만서도 서로 멍때리고 있다가 결국 임가장원은 가 보지도 못 하고 반치아오 MRT역 앞 공원에서 샤오웨이의 목우 공개.
아가씨가 어찌나 참하던지;;; 그런데 어디 나오는 캐릭터인지 정말 모르겠다.
용전팔황까지 봤지만 이런 애는 등장하지를 않아서... 어쩌면 샤오웨이가 독자적으로 주문한 캐릭터일수도 있었고....
긴장이 풀리고 체온이 내려가니까 그제서야 타이페이의 추위가 몰려왔다.
헐, 이 날씨가 나한테 이렇게까지 춥게 느껴질리가 없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하니 대만에 온 지 일주일이 넘어가고 있었고, 게다가 까오숑이 좀 따뜻했어야 말이지....
이미 이쪽 날씨에 내가 적응해버린 것이었다.
너무 추워서, 게다가 샤오웨이하고 계속 대화를 나눌 자신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나중에 대만에 오게 되면 그때 다시 놀자고 기약할 수 없는 뒷날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정말 미안했다.
내가 제대로 파악만 하고 있었으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는데 내가 헤매서 처음 계획했던 장소도 가지 못 하고, 나오자마자 바로 들어가버린 셈이 되어버린 샤오웨이한테 제대로 된 사과도 못 하고 한국에 도착해서야 사과할 수 있었다. 방명록으로;;;
다시 호스텔로 돌아가는데 진짜 춥더라;;;
가디건 하나 걸치니까 좀 나아지긴 했지만 바람이 장난아니게 불었고, 얇게 걸친 나를 지하철역 안의 다른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봤지만 전혀 예상못한 일이라 나 역시 많이 당황한 상태였다.
까오숑 친구도 내가 무사히 타이페이에 도착했는지 걱정하는 전화를 보내고, 겨우 통화를 마치고 한국에서 올 떄 입은 겨울옷(!)을 꺼내 무장하고 다시 거리로 나갔다.
허허... 이렇게 입고 겨우 체온유지가 되다니 내가 온 지 꽤 되긴 한 모양;;;
까오숑에서 먹은 거 빼곤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것을 깨닫고, 저번에 왔을 때 못 먹었던 야러우펜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시먼딩까지 걸어가서 그곳에 있는 야러우펜으로.
그때는 멋모르고 겁부터 먹어서 못 먹었다면 이제는 아니었다. 양이 많으면 싸오면 되지 뭘... 이런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어라?
이렇게가 1인분....
거위고기 절편 조금과 국수&미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메뉴 합쳐서 100NTD.
양이 적은 사람한테는 조금 많게 느껴지겠지만 여자 혼자서 못 먹을것도 없는 구성이었다.
미펀은 너무 가늘어서 좀 그랬고, 역시 제대로 먹는다면 국수지!!! 하고 면구성으로 1인분을 시켰더니, 나 혼자 왔으면 구석자리에 앉아도 되겠냐, 고 가게 종업원이 양해를 구하더라.
상관없으니까 아무데나 괜찮아, 라고 답한 다음에 종업원이 안내한 자리로 갔다. 안 그래도 저녁시간대로 사람들도 꽉 찬 상태였고, 나 때문에 단독자리에 앉아 쉬고 있던 다른 종업원 아저씨도 일어나야 했고....
얼마 안 지나서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굴소스와 마라소스라고, 가장 일반적인 소스 두 가지가 나왔는데 고기가 담백하긴 했지만 굴소스만 찍어 먹기에는 뭐랄까... 뭔가 애매모호한 단맛?? 이 많이 느껴져서 테이블 한 쪽에 놓인 마라소스를 병째 들고 고기위에 미친듯이 뿌렸다.
그랬더니 식당 안 사람들 시선이 모두 나한테 집중....
이 마라소스라는게 그렇게 매운게 아닌데도 그걸 고기위에 잔뜩 뿌려서 먹는 내가 신기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그리고 매운 맛을 잘 먹는 민족, 하면 딱 하나밖에 연상이 안 되는지 내 자리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너, 한국사람?'하고 물어보더라.
그 질문에 네... 하고 대답했더니 그럼 그렇지, 라는 식으로 혼자 고개를 끄덕끄덕;;;
아니, 한국사람도 매운거 못 먹는 사람 많아요;;;
질문에 대한 답을 마치고 다시 먹기 시작했다. 확실히 주말인데다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는데 자리가 없었고, 그때 종업원이 또 다시 양해를 구했다.
지금 자리가 없어 그러는데 합석시켜도 되냐고.
안 될 것도 없어서 '괜찮다'라고 답하니까 의자 두 개를 끌고 내 테이블로 붙이더니, 딱 봐도 모녀관계인 여자 둘을 앉히더라.
역시나, 내 접시위에 잔뜩 뿌려진 마라소스를 보더니 '한국사람?'이라고 물어봐서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모녀와 잠시 대화.
혼자 대만에 놀러 온 나한테 관심을 많이 보였다. 왜 왔냐, 고 물어보길래 원래 벽력포대희를 좋아해서 왔다가 대만이 너무 좋아서 계속 놀러온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놀기도 좋고, 매력적인 곳이라고.
그랬더니 자기들은 계속 이 나라에서 살아 그런지 잘 모르겠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자기 딸이 한류에 관심이 너무 많고 자기도 드라마같은 거 자주 본다고하면서, 서울가게 되면 놀기 좋은장소가 있냐고 묻더라.
'서울?? 왜?'라는 질문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그러고 셋이 웃었다. 역시 사는 사람들은 그 나라에 대해 잘 못 느끼는 것 같다면서.
몇 군데 대강 이야기해줬는데, 식사 거의 다 마치고 일어나려는 나를 아줌마가 붙잡았다.
이거 먹고 가라고.
야쩐... 이라는 이름을 가진, 거위의 내장등으로 만든 요리였다.
나 괜찮으니까 신경쓰지 말라, 라고 했더니 어차피 외국인은 몰라서 못 시켜먹는 요리니까 이런 기회에 먹어보라고 권하더라.
몇 점 집어먹었는데 쫀득쫀득하니 곱창같은 느낌인데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았다.
잠깐 만난 모녀였지만 다시 생각해도 감사한 사람들. 그냥 자기들 먹는걸로 끝낼수도 있었는데 처음 본 외국인인 나를 생각해서 저런 호의를 베풀어준 것이다.
덕분에 야러우펜에 가면 먹을 거리가 더 생기긴 했지만.
식사를 마치고 입가심으로 삼남매 빙수를 더 먹을까 싶었는데 생각지 못 한 포식에 배가 불러서 포기;;;
신동양에 들러 이런저런 과자거리를 잔뜩 사서 호스텔로 돌아왔다.
예상치못한 추위에 몸을 덜덜 떨었더니 샤워는 엄두도 못 내겠고, 오전에 미친듯이 뛰어다니고 긴장한것때문에 몸 상태로 멜롱... 몸살이 오는지 오한이 다 나더라.
그리고 스타호스텔과는 너무 다른 플립플랍의 시끄러운 분위기에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도 못 했다....
춥고, 몸도 안 좋고... 게다가 시끄럽고.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서 아침에 일어나면 양해를 구하고 체크아웃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그리고 잠 든 사이에 내 방 룸메이트로 지내는 아가씨 둘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