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6-넷째날(3)
원래는 버스타고 충렬사를 갈까... 했지만 고궁박물원 앞에서는 가는 버스가 없었다.
스린 역까지 가서 갈아타던지, 아니면 다른 것을 타고 가다가 내려서 갈아타던지 결국 갈아타고 가는 수 밖에 없어 보이길래 택시를 타기로.
그런데, 택시 타기 직전 박물관 앞에 있는 주상복합단지(여기 대만에서도 부자들만 산다던데) 주차장 입구에서 재미있는 것을 봤다.
중형 떠돌이견 한 마리가(꽤 귀엽게 생긴) 종종걸음으로 지나가고 있었는데, 주차장 입구를 지키고 선 근엄한 얼굴의 총각(?)이 이 개를 꼬시려고 허리를 굽힌 것.
거기까지는 좋았지만 개는 총각을 무시하고 그냥 지나가버렸다.
우쭈쭈쭈~ 하는 것까지 봤는데 보는 내가 다 민망해졌음.... 음.
택시를 탔더니 생각보다 한참 가더라.
박물관하고 충렬사의 위치가 스린역 기준 완전 정반대인 모양. 택시기사 왈, '이 동네가 부자동네라 다른데 비해 깨끗하다'라고 하면서 몇 마디 주고 받았다. 한국도 매년 말에 부자동네는 멀쩡한 길 갈아엎고 공사해, 라고 했더니 대만도 그렇다면서 막 킥킥거림.
교대식 보러 가는 거지? 라면서 막 밟아주더라. 그래서 삼십분에 맞춰 하는 교대식을 볼 수 있었다.
충렬사 앞.
많은 관광객을 실은 버스가 여기저기 와 있었고, 정문에 있는 작은 단상에는 보초병들이 올라가 있는데 얘네도 많이 훈련된 모양.
그리고 저~ 멀리서 교대병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분의 반박자같은 걸음으로(뭐지)
얼마나 많이 왔다갔다 했는지 넓은 광장 한 가운데에 사람오가는 자국이 생겨버렸다.
각 잡힌 군인들. 의전대.. 겠지??
관광사업의 일환인지 원래 하던 의전행사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용산전쟁박물관에서만 하던가??
교대식이 끝나니까 볼 거 다 봤다는 식으로 그 많은 관광객들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다양한 인종들이었음. 중국인이 제일 많았고 그 다음이 일본, 한국 순.
가끔 아저씨들이 교대식을 흉내냈는데, 그게 흉내낸다고 되나.
그리고 나 혼자(진짜 혼자였음) 충렬사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이쯤 되니 내가 구경거리가 되더라... ;;;
이건 뭘까? 알 수 없는 전쟁의 부조물.
장개석의 국민당을 모델로 했을테니 중국 대륙에서 치열했던 백군과 홍군의 전투기록을 새겨넣은 걸까? 멀리 보이는 건축물로 봤을때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찾아봐야지, 해 놓고 잊어버렸다.
충렬사에서 스린까지 버스로 이동하고, 타이페이역까지는 MRT로 이동.
까오티에 시간까지 1시간 반 정도가 남았길래 코인락커에서 짐 찾아서 2층에 있는 식당가로 향했다.
철판볶음 정식. 먹다보니까 김치찌개 냄새가 나서 봤더니 같은 테이블에 온 아가씨가 한국식 김치찌개백반을 시켜 먹고 있더라. 그런데 진짜 김치찌개 냄새라서 놀랬다;;;
먹고 있는 와중 꽃파는 할머니(;;)가 와서 작은 꽃 한 다발 내밀었지만 거절. 여권까지 꺼내 보여주면서 외국인 티를 팍팍 냈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다가, 내 여권을 본 맞은편 테이블에서 밥 먹던 모녀가 할머니를 부르면서 끝났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꽃을 팔거나 하는 것이 구걸의 일종이란다. 그 모녀들은 나한테 '저 꽃을 사는 건 복과 행운을 부른다... 는 의미'라고 간단하게 설명해줬다.
결국 돈을 주고 꽃을 구입합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복을 주고 자신에게도 복을 받게 한다는 공식인 걸까?
오랜만에 타는 까오티에.
한국에서 진작 매표했으면 할인받아 타는 건데, 타면서도 속이 쓰렸다;;;
이래서 계획이라는 것이 중요한거지.
타이쭝 근처를 지나는데 하늘이 너무 맑아서, 아, 이제 더워지는 구나... 싶었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
그저 타이쭝 근방만 잠깐 개인것에 불과했다. 예측할 수 없는 대만 날씨란;;
오랜만에 도착한 가오숑 역.
예전에는 저쪽으로 나온 거 같은데, 이번에 나와보니까 기차역이 있고, 그 옆에 전철역 입구가 있었다.
도착한 시간은 저녁 6시 쯤? 이미 날이 저물기 시작해서 꽤 쌀쌀했지만 그래봤자 나한테는 별로...
친구(제일정품샵 주인)가 전화해서 나오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하염없이 서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날 쳐다봤다. 하지만 바람 불어봤자 나는 안 추운걸;;;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제일정품샵 주인하고 그 딸내미(한국에서 만난)가 나를 마중나왔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딸내미 좀 컸다고 무슨 말 하는지 이젠 알아듣겠더라. 작년엔 진짜 한 마디도 못 알아들었는데.
우선은 내 짐 때문에 내가 예약한 호스텔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타이페이 생각만 하고, 지도만 보고 되게 위치를 우습게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전화로 겨우겨우 물어서 한참만에 찾아갔으니... 친구는 나보고 꼭 여기서 지내야겠냐고 물어보더라;;
호스텔에서 방을 배정받고(원래는 6인실 예약했는데 빈 방이 있다고 2인실로 줬다. 친절하셔라...) 다시 차에 타서 우선은 가게로 향했다. 도착하니까 이미 식구들이 다 나와 있었고, 간단하게 선물 줬더니 뭘 이렇게 사 왔느냐고 손사래.
그래도 선물은 선물이지.
일단 만들어져 있는 흑기를 확인하고, 바로 밥 먹으로 고고.
솔직히 타이페이에서 먹은 음식이 덜 소화된 상황이었지만... ;;
차를 타고 향한곳은 남부지방 토속음식을 파는 가게였는데, 까오숑에서 제일 유명한 장소라고 했다.
무슨 거창한 레스토랑이라기 보다는 그저 동네에 있는 소박한 가게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거기 갔더니 그 안에서 밥 먹고 있던 사람들도 모두 나한테 시선 주목.
일단 반팔에, 머리는 비녀로 올리고 있고 반팔도 상당히 얇은 소재였으니까;;;
그러고보니 처음 만나자마자 친구가 한 말도 '너 안 추워?'였다;;;
그렇게 밥 먹고, 잠깐 가게 들러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다시 호스텔로 돌아왔다.
피할 수 없는 2층 침대의 저주;;;
객실안에 욕실겸 화장실이 다 붙어 있었다.
대만모양의 화장실 거울이 인상적이었음.
숙소는 육합객잔. 영문명은 'OLD TAIWAN HOSTEL'
까오숑에서도 꽤 오래된 건물인지라 건물 특유의 퀴퀴한 냄새도 좀 나서 첫인상은 별로였는데, 지내면 지낼수록 괜찮았다.
다음에 까오숑 가게 되면 여기서 묵기로 결정했다. 여행 끝나고 돌아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