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바퀴벌레....

찰리씨 2010. 5. 28. 13:04




ㅇ모님이 세스코 관련 무언가를 하셔서 생각난 것 하나.




공항에서 따라온 건지, 혹은 다른 집에서 온 건지 알 수는 없었는데

침대에서 뭘 하던 중 바닥에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렸다.

장롱 앞, 언제나처럼 세워 둔 가방, 그리고 그 앞에...



'매미'가 있었다.


응?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고 다시 쳐다봤는데, 소심하게 움직이던 '매미'가

내 기척을 느끼고는 그대로 얼음이 되더라.


손가락 두 개를 합한 것 만한 크기와 길이, 그리고 등에....


수줍게 자리 한 한 쌍의 날개.

그리고 '매미'라고는 할 수 없는 나름 '슬림'한 몸매.



.....끄아아아아앙ㄱ!!!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는데, 그랬다가는 '매미'가 나한테 날아올 것 같아서

그대로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바로 방문 앞으로 점프했다.

갑작스러운 기척에 '매미'도 놀라서 우왕좌왕, 붙박이 장 앞까지 갔는데

몸이 커서 그런지, 나름 재빠르게 움직여도 다 보이는데다가 결정적으로


'느려'!!!!


에X킬라를 꺼내와서 분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꿈쩍도 않더니 짧게 끊어서 다섯 번 정도 뿌리니까 뒤집어서 부들부들.


드러난 배를 보고

아, '매미'가 아니라 그제서야 '바X벌X'라는 것을 알았지만 마음은 이미 그것을

'X퀴X레'라고 부를 것을 거부했다.

끔찍해 끔찍해 끔찍해 끔찍해!!!


너 진짜 어디서부터 따라온 거야?!! 인천공항?! 마포구청 역?!

아니면 잠깐 가방 내려놨던 공원 벤치?!! 아니면 다른 집에서 기어온 거냐!!!!!



약에 취해서 거품물고 바둥거리는 '그것'을 보면서

아, 약 갖고는 안 죽는구나... 불에 태워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했어도

차마 휴지 뜯어서 집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너무 커!!!




결국 한참동안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고무장갑 끼고 휴지 댓 장 뜯어서 그대로

붙잡아 손에 꼭 쥐었다.

휴지가 워낙 두꺼워서 느낌은 나지 않았지만 어쨌든 휴지 안에 잡히기는 했... ;;;


바로 티라이트 금속 케이스에 뭉겨 넣고 알콜 뿌려서 불 붙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알콜에 적셔진 휴지가 솜 역할을 해서 타지 않고 불만 나고

결국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고 '파이어~ '!!!


.....그마저도 다 태우지 못 했다. 어지간하게도 안 타더라;;;;


이정도면 불에 다 타서 새카맣게 됐을 거라는 짐작만 하고, 버리는 젓가락으로 집어서

변기속에 처넣고 내려버렸다.

안녕, 바이바이~ 다시는 돌아오지 마~ 절대 환영 못 해~




+그나저나 인천에서부터 따라왔다면 완전 용자...

편도 2시간이 넘는 거리인데, 가방 안에서 꼼짝않고 있었다는 거잖아;;;